
국제갤러리는 오는 3월 20일부터 5월 11일까지 K2와
K3에서 최재은(b. 1953)의 개인전 《자연국가》를 개최한다. 이번 개인전은 조각, 설치, 건축, 사진, 영상, 사운드
등 다양한 매체를 아우르며 생명의 근원과 시간, 존재의 탄생과 소멸,
자연과 인간의 복합적인 관계를 사유한 작품들을 선보인다.
이번 전시를 통해 최재은은 오랜 관심사인 ‘숲’을 다채롭게 해석하고 꿈꾼다. K2의 1층을 수놓은 ‘숲으로부터’ 회화
연작은 매일 숲을 산책하는 작가의 일상에서 비롯된다. 작가는 현재 거주하는 교토의 동네 숲을 산책하며
다양한 낙엽과 꽃잎을 주워 모은 후, 이를 재료로 물감의 안료를 만들고 캔버스에 칠했다.

분홍색과 황토색, 옅은 갈색의 범주를 오가며 재현이 불가능한 고유의
색채를 보여주는 각각의 화면은 작가가 거닐었던 숲의 가장 정직한 초상의 추상화인 셈이다. 회화 표면에는
숲 속을 거닐면서 들었던 바람소리, 새소리, 빗소리 등 다양한
소리들을 들리는 그대로 음차해 흑연으로 적었다. 숲의 빛과 소리에 대한 작가의 해석은 K2의 2층 전시장에서 텍스트, 조각, 영상 등 다변화된 매체를 통해 이어진다.
K3 전시장에서는 작가가 지난 10여
년간 진행해 온 ‘DMZ 프로젝트’를 소개한다. 〈대지의 꿈〉이라는 이름으로 출발한 최재은의 DMZ 프로젝트는 〈자연국가(Nature Rules)〉의 단계로 진입해 한반도 비무장지대의 생태 회복을 체계적으로 연구하기에 이른다.

작가는 여전히 수많은 지뢰가 매설되어 있는 비무장지대에 나무 종자를 품은 직경
3–5 센티미터의 자그마한 ‘종자 볼(seed
bomb)’을 빚어 드론으로 뿌리고자 한다. 작가가 매일 숲을 산책하며 수집하고 말린 꽃잎으로
제작한 병풍 안에는 컴퓨터가 한 대씩 놓여 있고, 관람객은 작가가 만든 웹사이트에 들어가 DMZ의 지도를 살펴보며 자신이 원하는 구역에 맞춰 ‘종자 볼 기부
약속’을 등록할 수 있다.
어떠한 경계 없이 전세계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이 프로젝트를 통해 작가는 지난 70여 년 동안 정치적으로 파편화된 DMZ 일대가 궁극적으로 자연의
주권을 회복하고, 보편적 공감대 형성을 통한 새로운 희망의 초석으로 거듭날 수 있기를 꿈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