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로어이스트사이드의 비영리 현대미술 기관 카날 프로젝트(Canal Projects) 에서 열리고 있는 정금형의 개인전《Toys, Selected》가
연이은 관심 속에 계속 주목받고 있다. 2025년 5월 9일 개막 후 11월 22일까지
연장되어, 더욱 풍성한 관객 경험을 제공하고 있다.

카날
프로젝트는 2022년 설립된 뉴욕 현대미술 기관으로, 신진·중견 작가 지원, 장기 프로젝트 기획, 레지던시·출판·학술 프로그램
운영을 통해 “급진적이고 실험적인 실천”을 강조한다.
불완전한 로봇, 수술실 같은 조명 아래
전시
공간은 실험실이나 클리닉을 연상시키는 차가운 형광등 조명 아래, 마네킹의 사지와 몸통, 과거 의료 장비, 금속 프레임, 전선, 배터리가 뒤얽힌 장치들이 테이블 위에 펼쳐져 있다.
이 오브제들은 완전히 기능하지 않지만, 수동적 휴식 상태, 즉 ‘잠든’ 듯한 포즈로
배치되어 미동 없이 존재감을 발산하며, 곧 움직일 듯한 여지를 남긴다.

《Toys, Selected》전시장면 / 사진 : Canal Projects
작품의 메커니즘과 서사
정금형의 ‘DIY 로봇’은 기술적 완성도가 아니라 관계적 애니미즘(animism)을 중심으로 만들어진다. 노출된 내부 회로는 “기계-심혈관 체계(mecha‑cardiovascular
systems)”처럼 유기적으로 보이며, 작가는 이를 만지거나 조립하며 감각적으로, 때론 페티시적으로 기술과 신체를 연결한다고 설명했다.

영상과 수리의 과정: 불완전성을 드러내다
전시에는
로봇 조립과 테스트 과정을 담은 비디오 기록이 함께 제공된다. 여기서 관객은 로봇이 넘어지고
깨지고, 다시 수리되는 반복 과정을 지켜보며, 이 불완전한 ‘돌봄 과정’이야말로 예술적 메시지임을 이해하게 된다.
정금형은 매끄러운 움직임보다 “결함이 바로 인간적 조건과의 접점”이라고 생각하며, 기계의 취약성과 불완전함을 통해 인간성을 드러낸다는
철학을 전시한다.

퍼포먼스〈Toy Demo〉: 기계와의
감각적 교감
2025년 5월 23–24일, 정금형은〈Toy
Demo〉라는 퍼포먼스를 선보였다. 이 작업은 전시된 로봇들과 호흡하며
감각적, 부드러운, 호기심 어린 안무를 구현한
무대로, 마치 조종과 조종당함의 경계를 넘나드는 경험으로 관객을 초대했다.
브루클린
레일(The Brooklyn Rail)
은 이번 전시를 “프랑켄슈타인적 로봇 형태가 창조와 유기
사이를 서성이는 현장”으로 묘사하며, “인간과 기계의 관계
내 통제 메커니즘을 비판적으로 바라보게 한다”고 평했다.
The Gray Market는 “정금형의 로봇들이 ‘정서적
유대’를 유도하는 장치로 작동하며, 인간-기계 간 감정적 갈망의 복잡한 층위를 드러낸다”고 분석했다.
《Toys, Selected》는
단순한 조형 작업이 아니다. 느리고 어설픈 움직임, 고장과
수리의 반복, 감각적 퍼포먼스를 통해 기계와 감정이 만나는 지점을 질문한다. 이 전시는 정금형이 왜 국제 미술계에서 주목받는지를 보여주는 동시에, 한국
현대미술이 제시할 수 있는 기술적 감각의 윤리와 비평성을 선명하게 드러낸다.

정금형(1980년 서울 출생)은 무대예술 전공자 출신으로, 공연과 회화, 설치를 넘나드는 작업을 이어왔다. 그간 쌓아온 전시 이력으로는 테이트 모던 퍼포먼스(2017), 바젤
쿤스트할레 개인전(2018), 베니스 비엔날레 본전시 참여(2022)
등이 있다.

카날 프로젝트 홈페이지 캡처 화면
참고로
카날 프로젝트는 현재 여름 휴관 중이며, 오는 9월 19일 금요일 오후 6시부터 8시까지
정금형의 전시가 재개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