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9월, 서울 코엑스와 잠실 일대에서 열린 Kiaf와 Frieze Seoul은 세계 미술시장의 불확실한 국면에도 불구하고 한국을 아시아 미술의 핵심 허브로 다시 각인시켰다.
 
올해 행사의 가장 두드러진 장면은 바로 젊은 한국 작가들의 활약이었다. 30~40대 작가들이 대거 전시에 참여하며 추상 회화, 설치, 영상, 사운드 등 다채로운 매체 실험을 선보였고, 이는 단순한 거래와 소비를 넘어 한국 동시대 미술의 세대 교체와 미학적 전환을 보여주는 신호탄이었다.
 
올해 Frieze Seoul에서 특히 주목받은 사례로는 추미림과 임영주, 전현선 작가 등이 있다.

프리즈서울 2025 백아트 부스에 단독으로 참가한 추미림 작가 전시모습

백아트 갤러리(Baik Art)는 추미림의 신작을 선보였는데, 그의 작업은 사운드와 영상, 조각적 오브제를 결합해 관람객이 직접 작품 속 공간에 들어서는 듯한 몰입을 유도했다. 리드미컬한 진동과 프로젝션은 시각적 감상을 넘어 신체적 체험으로 확장되었고, 전시장 안에서는 관람객들이 작품의 파동에 반응하며 머무르는 모습이 이어졌다.
 
한편, Frieze Focus Asia에 선정된 임영주는 정치적 내러티브와 사회적 기억을 다룬 대형 영상 설치로 국제적 관심을 끌었다.

임영주, 〈세타〉, 《더블비전》(아르코미술관, 2020) 전시 전경. / 사진제공 : 작가

분단과 이주, 국가 정체성 같은 주제를 드론 촬영 영상과 아카이브 이미지, 인터뷰 기록을 교차시키며 다층적인 서사를 구축했다. 전시장에서는 대형 스크린과 다채널 사운드가 관람객을 둘러싸, 역사의 파편과 현재의 긴장이 교차하는 현장에 서 있는 듯한 경험을 제공했다. 그의 작업은 단순히 한국적 맥락에 머물지 않고, 아시아 동시대 작가들이 세계와 어떻게 대화할 수 있는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주었다.

프리즈서울 2025 에스더 쉬퍼 갤러리에 참가한 전현선의 전시모습

또한 독일의 대표적 갤러리인 에스더 쉬퍼(Esther Schipper)가 한국 작가 전현선을 소개한 점도 의미가 크다. 전현선의 회화는 원색적 색채와 유머러스한 드로잉, 그리고 일상적 장면을 신화적 이미지로 전환하는 힘으로 잘 알려져 있다.
 
이번 Frieze 부스에서도 인물과 사물, 기호가 뒤엉키는 듯한 화면 구성은 한국적 감각을 유지하면서도 국제적인 보편성을 지닌 시각 언어를 제시했다. 세계적 갤러리와의 협업은 전현선의 작업이 로컬을 넘어 글로벌 맥락에서 확장 가능성을 지니고 있음을 확인시켜주는 자리였다.

듀 킴, 〈토탈 프레이즈(Total Praise)〉, 2023, 90 × 99 cm. 제공: 작가 및 베리어스 스몰 파이어스(서울)

이 외에도 듀 킴(Dew Kim)은 퀴어 정체성과 종교적 상징을 교차시킨 설치와 퍼포먼스로 국제적 화제를 모았다. 그는 젠더와 신체성, 욕망의 경계를 가시화하며 한국 동시대 미술이 글로벌 담론과 어떻게 접속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었다.
 
이러한 사례들은 공통적으로 젊은 세대의 세 가지 흐름을 드러낸다. 첫째, 단색화 이후 세대가 회화의 물질성과 제스처를 복원하며 ‘추상 회화의 귀환’을 선언했다. 둘째, 퀴어·정체성 담론을 비롯해 사회적 주제를 전면화하면서 글로벌 동시대 미술의 언어와 맞닿았다. 셋째, 사운드·영상·설치를 아우르는 복합매체 실험을 통해 아트페어가 단순한 거래의 장을 넘어 미학적 실험의 플랫폼이 될 수 있음을 증명했다.
 
그러나 성과만큼 과제도 분명하다. 젊은 작가들이 해외 시장에 단기적으로 소개되는 것을 넘어, 지속 가능한 국제화와 네트워크 구축이 필요하다. 또한 미술관·아카이브·비평 플랫폼 등 제도적 기반이 강화되어야 하며, 빠른 가격 상승과 컬렉터 관심이 단기적 소비로 소진되지 않도록 시장과 비평의 균형이 요구된다. 신생 갤러리들이 국제적 확장을 이어가기 위해서는 자본과 네트워크를 보완해야 하며, 무엇보다 한국적 경험을 세계 언어로 번역하는 과정이 절실하다.
 
올해 Kiaf·Frieze Seoul 2025는 젊은 한국 작가들이 세계 시장에서 도약할 수 있는 잠재력을 확인한 무대였다. 추미림, 임영주, 전현선, 듀 킴 등 다양한 작가들이 보여준 작업은 한국 동시대 미술의 스펙트럼을 넓히고, 글로벌 무대와의 대화를 활발히 이어가고 있음을 증명했다. 하지만 그 성과가 지속 가능한 성취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구조적 토대와 비평적 축적이 반드시 병행되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