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코엑스에서
열리는 Kiaf SEOUL 2025에서 가장 주목할 프로그램 중 하나는 단연 ‘Kiaf Highlights’다. 2023년 시작된 이 프로그램은
단순한 부스 전시를 넘어, 신진 작가를 발굴하고 그들을 국제 무대에 조명하는 Kiaf의 대표적인 플랫폼으로 자리 잡았다.

2025 Kiaf HIGHLIGHTS 10인의 참여작가들
(위) 김아라, 김정인, 무나씨, 박그림, 박노완
(아래) 이동훈, 조은시, 홍세진, 지오프리 피통, 유 시아오
미래를 예고하는
무대
Kiaf
Highlights는 참가 갤러리들이 추천한 작가 중, 미술관 학예사와 독립 큐레이터 등으로 구성된 심사위원단이 엄정한 심사를 거쳐 최종 10인을 선정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선정된 작가들은 Kiaf 현장의 부스 전시뿐 아니라, 도심의 미디어 파사드와 다양한
홍보 플랫폼을 통해 소개된다. 그리고 프리뷰 데이에 최종 3인이
발표되어 각 1,000만 원의 창작 지원금을 받는다.
선정된 10인의 작가
2025년 Kiaf Highlights에 이름을 올린 작가들은 다음과 같다:
김아라 (Ahra Kim, 김리아갤러리)는 단청의 표면감과
전통 건축의 구조를 차용해 분채와 아크릴을 혼합한 회화와 설치를 선보이며, 캔버스 자체를 조형적 오브제로
확장한다.

김아라, Untitled-C19-20, 2020, 캔버스에 아크릴릭, 피그먼트, 162.2 × 130.3 cm / Photo: Artsy
김정인 (Jungin Kim, 라흰)은 도시와 기억의
단편을 수집·재구성해 화면을 구축하며, 세밀한 구성과 색채로
개인적 서사를 시각화한다.

무나씨, <만월>, 2020, 한지에 먹, 116.5 x 91 cm, / 사진 : 작가 홈페이지
무나씨 (Moonassi, 에브리데이몬데이)는 홍익대 동양화
전공을 바탕으로 먹과 한지 위 흑백 드로잉을 지속해오며, 자아·감정·관계의 본질을 탐구한다.

박그림, <심호도 – 일광>, 2022, 비단에 담채, 각 250 x 122 cm / 사진 : 작가 홈페이지
박그림 (Grim Park, THEO)은 한국 전통 채색화와 불화의 재료·기법을 동시대적 이미지와 결합해 성정체성, 소비문화, 욕망의 문제를 회화적으로 드러낸다.
박노완 (Nohwan Park, 스페이스 윌링앤딜링)은 수채와 아라비아고무의
혼합, 긁기와 문지르기의 물성 실험을 통해 형상보다 감각적 인상을 전면화하며, 시간의 흔적을 화면에 남긴다.
이동훈 (Donghoon Rhee, 갤러리SP)은 먼저 조각을
만들고 그것을 다시 회화로 번역하는 과정을 통해 2차원과 3차원의
경계를 흔들며, 인간·기술·자연의
관계를 탐구한다.
조은시 (Eunsi Jo, 갤러리밈)는 회화적 표면에서
어긋남과 비틀림의 모티프를 통해 세계 인식의 불협화음을 다루며, 일상의 사소한 기록을 전시장 속 새로운
질서로 재배치한다.
홍세진 (Sejin Hong, 갤러리플래닛)은 청각 손실과
인공와우 경험을 바탕으로 기술 장치가 감각을 재구성하는 과정을 사진, 영상, 설치 작업으로 풀어낸다.

지오프리 피통, 〈카르미나 파지나타 VII〉, 2025, 블루백 종이에 아크릴 및 혼합매체, 143 × 104cm, 2025 / Kiaf 웹사이트
지오프리
피통 (Geoffroy Pithon, MAĀT
Gallery, 파리)는 블루백 페이퍼
위에 아크릴과 혼합매체를 중첩해 색과 언어, 공간의 층위를 탐색하며,
건축적 구조를 통해 기억과 장소를 환기한다.
유
시아오 (Yu Xiao, Lucie Chang Fine Arts, 홍콩)는 캔버스를 절단, 접기, 재조립하는 회화적 제스처를 통해 급변하는 아시아 도시의 구조와 감각을 시각화한다.
이들의 작업은
단순히 신진의 실험에 그치지 않는다. 각자의 서사와 미학은 한국 미술이 글로벌 장면 속에서 어떤
세대적 변화를 만들어내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Kiaf 안의 또 다른 페어
Kiaf
Highlights는 단순한 부대 프로그램이 아니다.
오히려 Kiaf 내부에서 또 하나의 ‘페어 속
페어(Fair within a Fair)’처럼 작동한다. 주류의
안전지대가 아닌 경계에서, 그러나 가장 실험적이고 예민한 감각을 가진 작가들이 모여 미래의 주류를 예고하는
장치이기 때문이다.
관객에게는 예상치
못한 발견의 기쁨을, 갤러리와 컬렉터에게는 장기적 투자와 수집의 방향성을, 그리고 시장 전체에는 건강한 순환 구조의 가능성을 제시한다. 단기적
매출이나 화제성에 머무르지 않고, 세대 교체와 국제적 네트워크를 동시에 꾀한다는 점에서 Kiaf Highlights는 오늘의 주변부를 내일의 중심으로 끌어올리는 플랫폼이 된다.
결국 이 프로그램은 ‘신진 발굴’이라는 단순한 명분을 넘어, 한국 미술시장이 아시아를 넘어 세계와 호흡하는 생태계로 성장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실험장이자 예고편이다.
2025년 Kiaf Highlights가 던지는 메시지는 명확하다. 미술시장의 미래는 새로운 얼굴들의 목소리 속에서, 그리고 그들을
포용하는 구조 속에서 비로소 열린다는 것이다.
최근 대형 미술작품의
거래가 위축되고, 중저가 시장으로 구조가 재편되는 상황 속에서, 미술
생태계가 건강하게 유지되기 위해서는 새로운 얼굴들의 지속적 등장이 필수적이다.
특히 올해 선정된 10인은 한국 작가들과 함께 해외 작가 2인이 포함되었다는 점에서, 단순히 ‘국내 선정작가’를
넘어 동아시아와 유럽을 잇는 세대적 대화를 만들어낸다는 점과 아시아 미술시장의 허브로 도약하려는 Kiaf의
전략과도 맞닿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