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eoul Syntax》전시 장면 / 사진: Tanya Bonakdar Gallery
2025년 여름, 미국 로스앤젤레스의 Tanya Bonakdar 갤러리에서 한국의 예술가 백현진(Bek
Hyunjin)이 첫 미국 개인전 《Seoul Syntax》를 열었다.
이는
단순한 해외 진출이 아닌, 한국의 예술가가 자신의 언어와 구조, 그리고
도시적 감각을 낯선 문화와 미술 생태계에 처음으로 정면 제시한 시점으로서, 백현진의 예술
여정에서 하나의 전환점이 된다.

《Seoul Syntax》전시 장면 / 사진: Tanya Bonakdar Gallery
도시를 쓰고, 말하고, 재구성하는
방식
《Seoul Syntax》는 ‘서울의 문법’을 직조하는 백현진 고유의 방식이다. 작가는 서울이라는 도시를 추억하거나
재현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 도시를 이루는 감각, 구조, 리듬, 온도 같은 보이지 않는 언어를 시각적으로 구성한다.

《Seoul Syntax》전시 장면 / 사진: Tanya Bonakdar Gallery
전시장에는
유화, 잉크, 스프레이 에나멜이 혼합된 회화 연작과 함께, 사우나 의자, 니켈 실버 쟁반 등의 오브제를 활용한 설치작품 (2024)이 전시되었다. 일상적 오브제의 조합은 낯설고도 위트 있는
풍경을 만들어내며, 서울의 감각적 조각들이 LA라는
도시 안에서 다른 의미를 생성하도록 유도한다.

<서울식 만두 (Seoul-style Plate Dumplings)>, 2024, 사우나 의자, 니켈 실버 쟁반, 의자: 29 × 29 × 29 cm, 테이블: 20 × 50 × 50 cm / 사진:Tanya Bonakdar Gallery
백현진이라는 예술가
백현진은
예술의 장르를 넘나드는 다원적 창작자다. 홍익대학교 조소과를 중퇴한 후, 1990년대 말부터 ‘어어부 프로젝트(Uhuhboo Project)’를 통해 대중과 만나기 시작했다. 그는
보컬, 작곡, 연주, 설치, 회화, 영상, 퍼포먼스를
병행하며, 단일 장르로 분류할 수 없는 독특한 예술 언어를 구축해왔다.

백현진 작가 / 사진: SBS
음악에서는
불협화음과 정서적 급전환을 통한 미묘한 불안과 유머, 시각예술에서는 단순한 형상 속
반복과 변주의 리듬, 그리고 말과 몸을 통한 수행성(performativity)이
작업의 중심을 이룬다. 백현진은 늘 '자신의 방식'으로 말하는 작가였다. 그는 기존의 예술 제도나 형식이 아니라, 자신만의 정서적 언어와 감각적 규칙을 밀고 나가며 독자적인 예술 세계를 구축해왔다.
Tanya Bonakdar와의
만남
《Seoul Syntax》는 Tanya Bonakdar Gallery의 LA 지점에서 열린 백현진의 첫 미국 전시로, 동시에 이 갤러리 역사상
처음으로 소개된 한국 작가의 단독 기획이다.
Tanya Bonakdar는 1994년 뉴욕 소호에서 설립된 이후, 첼시로 이전하며 미국 동시대
미술의 중요한 거점으로 성장해왔다. 로스앤젤레스 지점은 2018년
개관 이후 사운드, 설치, 사진 등 장르의 경계를 넘는 작가들을
적극 소개해 왔으며, 백현진의 전시는 미국 서부 미술계에서 처음으로 ‘한국적 감각’을 시각 언어로 구조화한 사례로 의미를 가진다.
전시는
서울의 감각을 번역하는 구조적 실험이자, 한국 동시대 예술 언어가 서구의 전시장 안에서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시험하는 장으로 기능한다.
작가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Seoul Syntax》는
내가 자라온 도시의 감각, 생각, 리듬을 LA라는 전혀 다른 도시의 문맥 안에서 다시 써보려는 시도입니다. Syntax는
언어의 질서이기도 하지만, 의미가 미끄러지고 어긋나는 그 지점이기도 합니다.”
이
말은 곧 백현진의 작업 방식을 그대로 드러낸다. 질서와 파열, 의미와 공백, 도시와 언어는 그의 예술이
놓인 지형의 양 끝이다. 그는 그 사이의 틈을 탐색하고, 그
틈을 ‘작업’한다.
한국 동시대 미술의 새로운 문장
《Seoul Syntax》는 하나의 완성된 전시라기보다, 도시 감각이
도시 너머로 이동하면서 생기는 구조적 충돌을 기록한 문장에 가깝다.
그
문장은 단순히 “한국 작가의 미국 진출”이라는 틀로 환원되지
않는다. 그것은 한국이라는 도시-문화가 가진 비선형적
감각이, 작가라는 매개를 통해 새로운 문화 언어로 해석되고 어긋나며 생성되는 과정 자체를
드러낸다.
2025년 여름, 로스앤젤레스에서
펼쳐진 이 전시는 백현진이라는 독특한 예술가를 통해 글로벌 K‑Art가 어떤 방식으로 새로운 언어를
구성할 수 있는가를 가장 설득력 있게 보여주는 하나의 사례로 남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