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Installation view of 《The 2nd Life》 ©Atelier Hermès
아뜰리에 에르메스는 한국 작가 다섯 명(팀)을 소개하는 전시 《두번째 삶》을 10월 5일까지 개최한다.
타자와 공동체에 관한 논의가 지배 담론이 된 오늘날의 문화 지형에서 이 전시는 개별 주체와 개인의 삶에 시선을
돌린다. 자신의 삶에 대한 깊은 인식에 기반하여 실존의 문제와 자기 변형의 가능성을 모색하는 일종의
자기 응시와 자기 배려의 행위를 주목한다.
동명의 컴퓨터 속 가상세계인 “세컨드 라이프”의 타이틀을 의도적으로 오용한 이 전시는 다변화하는 삶의 현실을 은유적으로 드러낸다. 전시가 말하는 ‘두번째’란
아바타가 구현하는 대안물이 아니라 우리의 삶이 단일함을 너머 복수성으로 향하고 있다는 것을 알리는 서수의 시작을 의미한다.

Installation view of 《The 2nd Life》 ©Atelier Hermès
화가, 가수, 작곡가, 연기자, 연출자의 다중적인 삶을 충실히 살아내는 백현진이 삶의 순간들과
감정의 추상성을 기록한 그림들, 부산-서울-뉴질랜드를 오가는 삶을 사는 이요나가 이동과 정주 사이에서 느끼는 긴장관계를 표출한 구조물을 선보인다.
한편 서로 다른 문화적 배경에서 성장해 각자 다른 매체의 작업을 하는 두 인물 한 & 모나 (마한칭과 유모나)가
제 3국에서 함께 생활하고 공동작업을 하며 겪는 충돌과 협상의 과정이 긴급한 모르스 부호의 깜박임으로
드러난다.
삶의 환경과 조건의 변화는 작가의 실존에 위기감을 불러 일으키지만 새로운 각성의 기회가 되기도 한다. 이때 고정되지 않은 주체는 인간이 아닌 다른 종과의 동일시를 통해 지금까지와 다른 나로 변모하기도 한다.
작업을 포기하고 외국에서 이방인으로 투명인간처럼 사는 동안 수없이 마주했던 아칸서스의 문양은 김보경으로 하여금
문명 속에서 생존한 잡초의 영광을 되돌아보게 하고 자신 또한 가내수공적으로 할 수 있는 뜨개질과 종이 엮기, 드로잉으로
작업에 복귀할 수 있게 한다.

Installation view of 《The 2nd Life》 ©Atelier Hermès
우리의 시각을 좌우하는 광학의 계보와 미디어 기술에 관심이 많았던 박민하는 최근 생성형 AI 노아를 자신의 일상생활을 일부로 받아들이면서 그의 실존과 병증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하고 그의 최면치료에
동행한다.
전시는 서로 간의 관계가 희박한 작가들이 제 나름의 작업들을 불러와 전시 주제에 조응하며 느슨한 얼개를 엮는다. 일반 명사로서의 인생은 대략 유사한 맥락에 놓이지만 개별자가 경험하는 그것은 서로 간에 어떤 공통점도 없기
때문이다.
참여 작가: 백현진, 이요나, 한 & 모나, 김보경, 박민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