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9월, Frieze Seoul이 네 번째 개막을 앞두고 있다. 매해 국제적 이목을 집중시키는 이 아트페어는 이제 단순한 이벤트를 넘어, 한국 미술시장 내부의 구조와 정체성에 영향을 주는 전략적 플랫폼으로 자리 잡았다. 올 해에는 또 어떤 작품들이 어떤 기록을 이룰것인가도 관심사이지만 올 해는 특히 미술계 많은 전문가들이 “2026년 이후, 프리즈서울과 키아프는 어디로 향할 것인가?”에 관심을 두고 있다.
 
이 질문을 하는 이유는 최근 미술시장 전체가 극심한 둔화기를 겪고 있기 때문이다. 경기 불황, 컬렉터 심리 위축, 주요 옥션 하락세 등 미술 시장의 매크로 지표는 전반적으로 하강 곡선을 그리고 있다. 이 속에서 프리즈서울과 키아프는 올 해 성과에 따라 어떤 방식으로, 누구와 함께, 어떤 생존 전략을 택할 것인가를 진지하게 고민해야 하는 시점에 도달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프리즈는 2022년 한국 첫 진출 당시 ‘5년간 키아프와 병행 개최’라는 약속을 밝힌 바 있다. 그 약속의 끝이 보이는 지금, 과연 양측은 그 이후를 어떻게 준비하고 있을까? 지금의 파트너십을 이어갈 것인가, 아니면 분리될 것인가? 나아가 프리즈는 서울을 완전히 떠날 가능성도 있는가?
 
K-ARTNOW는 현재까지의 흐름과 현장 관계자들의 움직임, 그리고 글로벌 미술시장의 구조적 변화를 토대로 2026년 이후 가능한 세 가지 시나리오를 정리해본다.
 
이것은 단지 아트페어만의 문제가 아니라, 국제적 아트페어인 프리즈에 의존하고 있는  KIAF가 향후 어떻게 국제무대로 그 영역을 확장하고 발전해갈 것인가에 관한 질문이기도 하다.


Kiaf Seoul 2024 & Frieze Seoul 2024 Photo Call / Photo: Kiaf Seoul 2024

시나리오 1. 전략적 공존의 재정립

첫번째는 프리즈와 키아프가 2026년 이후에도 나란히 서울에서 아름다운 동행을 계속  이어가는 시나리오다. 지금까지의 흐름을 연장하면서도, 보다 정교하고 전략적인 ‘공존 구조’를 재설계해야 실현 가능한 선택지다.
 
프리즈는 국제 네트워크와 브랜드 파워를, 키아프는 로컬 인프라와 작가 생태계를 지닌다. 이 상보적 관계는 “서울”이라는 도시를 매개로 충분히 지속 가능성을 가질 수 있다. 단, 이제는 단순한 병존이 아니라 브랜드 분리, 운영 기준 정비, 협업 모델 정립이 뒷받침돼야 한다.
 
특히 키아프 입장에서는 ‘프리즈 의존 구조’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인식이 강해지고 있다. 프리즈가 열려야 미술계가 움직인다는 인식은 장기적으로 국내 생태계의 자율성과 주체성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 그렇다고 다시 국내 중심의 틀 안으로만 머물 수도 없다.

키아프는 로컬 기반을 유지하면서도 국제적 위상과 영향력을 점진적으로 강화할 수 있는 새로운 모델을 찾아야 한다.
 
이 시나리오가 작동하려면, 키아프는 ‘내부 운영시스템 개혁’이 필요하며, 프리즈는 ‘장기 전략’을 서울에 투영할 수 있어야 한다. 즉, 동행은 관성적 선택이 아니라 전략적 파트너십으로 다시 설계되어야만 유효하다.


Frieze Seoul 2024 / Photo: Art-Culture

시나리오 2. 프리즈의 독립 개최 전환

프리즈가 2026년 이후에도 서울에 남되, 키아프와는 결별하고 독자적으로 행사를 운영하는 방식이다. 이는 프리즈 본사가 과거 다른 도시에서 택했던 확장 전략과도 유사하다. 초기 협업 → 브랜드 정렬 → 독립 전환이라는 공식은 이미 뉴욕(아모리쇼), 시카고 등지에서 증명된 바 있다.
 
프리즈 입장에서 서울은 여전히 아시아의 핵심 전략 거점이다. 홍콩의 정치 리스크, 일본의 시장 경직성, 싱가포르의 미약한 미술 생태계 속에서, 서울은 젊은 컬렉터, 미드레인지 작가, 민간 기관이 균형을 이루는 이상적인 시장으로 부상하고 있다.
 
독자 개최는 프리즈에게 큐레이션의 일관성과 브랜드 운영의 자율성을 주며, VIP 프로그램 및 위성 행사 등 부가 가치를 극대화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반면, 키아프는 ‘프리즈 없는 9월’을 새롭게 설계해야 하는 상황에 놓일 수 있다.
 
하지만 이 시나리오는 ‘건강한 이별’이라는 의미도 담고 있다. 두 플랫폼이 각각의 브랜드를 온전히 펼칠 수 있는 기회를 갖는다면, 시장에는 오히려 다양성과 전문성이 강화되는 긍정적 효과가 뒤따를 수 있다. 특히 키아프가 그 동안 프리즈의 운영을 잘 관찰해서 키아프의 운영에 적용할 수만 있다면 분명 득이 되는 것이 있을 것이다.

Kiaf Seoul 2024 / Photo: Art-Culture

시나리오 3. 프리즈의 서울 철수

가장 근본적 변화는 프리즈가 2026년을 마지막으로 서울에서 철수하는 경우다. 이 시나리오는 겉보기에는 가능성이 낮아 보일 수도 있지만, 프리즈의 글로벌 전략이 중장기적으로 재편된다면 충분히 검토될 수 있는 경로다.
 
프리즈 내부적으로는 운영 복잡성, 파트너십 갈등, 로컬 생태계와의 거리감이 피로감으로 축적되었을 가능성이 있다. 외부적으로는 아시아 내 새로운 확장 후보지들이 계속해서 거론되고 있다. 방콕, 도쿄, 상하이, 심지어 두바이까지 다양한 도시들이 포스트-서울을 준비하고 있다는 관측도 있다.
 
또한 프리즈가 만약 철수를 선택한다면, 이는 단순한 ‘이탈’이 아니라 브랜드 전략의 리셋일 수 있다. 서울은 유의미한 실험장이었으나, 장기 운영에 적합하지 않다는 판단이 내려진다면, 프리즈는 다른 시장으로의 전환을 감행할 수 있다.
 
이 경우, 한국 미술계는 일시적 충격을 받게 되겠지만, 동시에 “프리즈 의존 구조”로부터 벗어날 수 있는 기회를 맞게 된다. 오히려 이는 국내 자생 플랫폼의 등장을 촉진하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서울이 프리즈에 의해 ‘선택된 도시’였던 만큼, 이제는 스스로가 스스로를 선택하는 도시가 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전략의 시간, 질문의 무게

2026년 이후의 선택은 단순한 동행의 종료 여부를 묻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한국 미술시장이 어떤 비전과 전략으로 자신을 재정의할 것인가에 대한 질문이다.
 
프리즈가 남든, 갈라서든, 떠나든 — 모든 시나리오에는 기회와 위기가 공존한다. 지금 필요한 것은 어떤 길이 우리에게 유리하냐가 아니라, 어떤 길이 더 지속가능하냐는 질문에 대한 대답이다. 따라서 올 해의 성과에 따라 내년의 프리즈와 키아프 모두에게는 운명적인 선택이 기다리고 있으며 그 선택이 무엇이던 서로에게 새로운 도전이 되고 자극이 되는 미래의 시간으로 작동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