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9월, 서울은 다시 한 번 세계 미술의 주목을 받는다. 코엑스에서 열리는 Kiaf SEOUL 2025는 24회를 맞아 ‘공진(Resonance)’을 기치로 내걸었다. 시장의 외형적 확장보다, 예술 생태계의 주체들이 서로의 울림을 공유하며 더 깊은 차원의 구조를 만들어가겠다는 의지다.

Kiaf 2024 전시 모습 / 사진: COEX 홈페이지

‘Highlights’ 와《Reverse Cabinet》이 던지는 화두

올해 Kiaf의 성격을 규정하는 두 축은 Kiaf Highlights와 특별전《Reverse Cabinet》이다.
 
‘Highlights’는 젊은 작가들의 작업을 제도적으로 조명하며, 불확실한 시장 속에서도 다음 세대를 키워내는 장치로 기능한다. 이는 단순한 발굴이 아니라, 한국 미술이 국제적 시선과 어떻게 접속할 수 있는지 보여주는 바로미터다. 신진 작가들에 대한 지원과 전시는 갤러리의 신뢰를 강화하고, 장기적으로는 시장의 복원력으로 이어진다.


Kiaf Highlights 2025에 선정된 박그림 작가 / Photo : Kiaf website
박그림,  <심호도 – 일광>, 2022, 비단에 담채, 각 250 x 122 cm / 사진 : 작가 홈페이지

《Reverse Cabinet》은 상업적 성격이 강한 아트페어 속에서 보기 드문 비평적 실험이다. ‘수집과 진열’이라는 전시 언어를 뒤집음으로써, Kiaf가 단순히 작품 거래의 장이 아니라 담론을 생산하는 장임을 증명한다. 이는 단순한 한일 교류를 넘어, 서울을 동아시아 미술 담론의 거점으로 자리매김시키는 시도다.


돈선필 작가 / 사진 : 아라리오 갤러리

《Reverse Cabinet》 전에 참가하는 돈선필 작가의 아라리오 갤러리 전시 모습 / 사진:아라리오 갤러리 홈페이지 화면 캡처

《포트레이트 피스트 Portrait Fist》, 아트선재센터, 2020 / 사진: 아트선재센터

《포트레이트 피스트 Portrait Fist》, 아트선재센터, 2020 / 사진: 아트선재센터

파급효과와 확장된 무대

‘Highlights’와《Reverse Cabinet》은 서로 다른 방향에서 Kiaf가 지향하는 미래를 보여준다. 하나는 세대 교체와 지속 가능성을, 다른 하나는 비평적 담론과 실험을 상징한다. 두 프로그램이 만나며 Kiaf는 단순한 시장 행사를 넘어, “미래 + 담론”이라는 이중 축을 구축한다.
 
이 구조는 Frieze와의 동시 개최, Seoul Art Week의 도시 확장과 맞물려, 서울을 단순 소비지가 아니라 아시아의 생산과 담론의 허브로 격상시킨다. MediaArt SEOUL, Neighborhood Nights, 공항 전시와 같은 확장은 예술이 도시와 시민의 일상에 침투하는 새로운 모델을 제시한다.


 
불황 속에서도, 글로벌로 나아가는 전환점

한국 미술시장의 현실은 밝지 않다. 상반기 경매 낙찰 총액은 557억 원으로 2년 전의 절반에도 못 미쳤고, 대형 거래는 거의 사라지다시피 했다. 중저가 위주의 거래 구조가 고착화되면서 화랑가의 어려움은 날로 심화되고 있다.


Kiaf 행사 모습 / 사진 : Kiaf 홈페이지

그러나 이러한 침체 국면 속에서도 Kiaf가 제시하는 방향은 분명하다. 신진을 키우고, 담론을 생산하며, 도시 전체를 무대로 확장하는 것. 이것은 단순히 불황을 버티는 전략이 아니라, 새로운 글로벌 시장을 개척해나가기 위한 실질적 실험이다.


 
공진에서 도약으로

Kiaf SEOUL 2025는 단순한 페어가 아니다. 신뢰 회복과 생태계 순환, 글로벌 확장을 동시에 시도하는 전환점이다. ‘Highlights’가 미래를 비추고,《Reverse Cabinet》이 담론을 열며, 서울 전역이 그 무대가 된다.
 
‘공진’이라는 키워드가 말하듯, 이제 한국 미술은 혼자 울리는 종소리가 아니다. 서로의 울림을 공명시켜 더 큰 파동을 만들고, 그 파동을 통해 세계 미술 속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야 한다. 침체된 국내 시장을 넘어, Kiaf는 글로벌 무대를 향한 도약의 발판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