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la Porras-Kim, 6 Balanced stones, 2025, Colored pencil and Flashe on paper, 152.4 x 182.9 cm. Courtesy of the artist and Kukje Gallery. Photo: Gala Porras-Kim Studio. ©Kukje Gallery

국제갤러리는 갈라 포라스-김(Gala Porras-Kim)의 개인전 《자연 형태를 담는 조건(Conditions for holding a natural form)》을 10월 26일까지 K1 공간에서 개최한다.

갈라 포라스-김은 사물이 제작, 인식, 보존되는 역학을 규정하는 분류체계 및 소장품 문화를 탐구해왔으며, 특히 미술관이나 박물관 등의 문화 기관에서 이루어지는 제도적 관행의 체계를 드러내는 한편 유물에 내재한 다층적인 역사와 기능들을 살펴보기 위한 방법론을 제안한다.

국제갤러리에서 처음 열리는 이번 개인전에서 작가는 두 개의 드로잉 연작 작품 총 13점을 선보이며, 추상에 대한 고찰 및 인간이 자연물에 부여하는 인위적인 분류 기준에 대한 탐구를 이어간다.

Gala Porras-Kim, 15 Rocks from outer space, 2025, Colored pencil and Flashe on paper, 182.9 x 228.6 cm. Courtesy of the artist and Kukje Gallery. Photo: Gala Porras-Kim Studio. ©Kukje Gallery

이번 신작을 통해 작가는 '균형 잡힌 돌', '우주에서 온 돌', '신성한 돌', '동물 모양의 돌' 등 돌을 분류하는 전통적인 체계에서 벗어나 자신만의 독자적인 범주를 선보인다. 여러 돌의 이미지를 수합하고 한 화면에 재편집해 배열한 드로잉 작품들은 관람객에게 마치 개인 소장품을 들여다보는 듯한 느낌을 주는데, 이는 각 돌의 고유하고 독창적인 특징을 부각시킬 뿐만 아니라 우리가 일반적으로 사물을 지각하는 방식을 환기시킨다.

이번 수석 드로잉 역시 작가가 ‘인덱스 드로잉(index drawings)’이라 칭하는 작업군의 연장선상에 있으며, 이를 통해 포라스-김은 역사적 유물에 대한 해석을 규정하는 여러 체제에 대한 고찰을 이어간다.

Gala Porras-Kim, Signal (Centro Andaluz de Arte Contemporáneo 03/09/23-09/03/23), 2023, Graphite on gessoed panel, 182.9 x 182.9 cm Courtesy of the artist and Kukje Gallery. Photo: Chunho An. ©Kukje Gallery

이때 작가는 수집이라는 행위를 통해 물건의 의미가 재생성되는 방식에 집중하기 위해 조선 후기 회화 장르 혹은 형식인 ‘책거리’를 참조한다. 책거리가 진열의 양식인 동시에 정밀한 묘사를 통해 책과 기물에 대한 애정과 호기심을 드러냈듯, 연필, 색연필과 플래쉬(Flashe) 물감으로 세밀하게 그린 이번 연작은 드로잉이라는 매체를 경유하여 작가 자신과 관객들의 응시를 느린 속도로 지연시키며 각 사물의 특징을 관찰하도록 유도한다.

이번 전시의 일환으로 작가는 수석 수집가들을 초대하여 그들이 모은 수석을 함께 선보인다. 각 수집가들의 사연이나 설명을 나란히 비치함으로써 작가는 드로잉과 수석 간의 상호교환적 대화의 장을 마련하고자 한다. 돌이라는 추상화된 고대의 구조물을 인식할 때 작용하는 여러 차원의 해석적이고도 개인적인 조건들을 되짚어보는 기회인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