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eondoo Jung, Portrait of Bacillus #5, 2025, Color inkjet pigment print, framed, 63 x 51 x 4 cm (framed), Courtesy of the artist and Kukje Gallery ©Kukje Gallery

국제갤러리는 오는 4월 25일부터 7월 20일까지 부산점에서 정연두의 개인전 《불가피한 상황과 피치 못할 사정들》을 개최한다. 영상, 사진, 조각, 퍼포먼스 등 다양한 매체를 아우르는 정연두는 그동안 이질적인 대상들을 횡단하고 접합하며, 시대의 틈을 드러내고 새로운 감각의 짜임을 만드는 작업을 해왔다.

이번 개인전에서 작가는 블루스 음악과 발효의 리듬을 교차하면서 뜻대로 되지 않는 현실을 살아내는 유머와 염원의 태도를 그만의 독특한 시각으로 풀어낸다. 전시장은 블루스 음악의 각 파트를 연주하는 다섯 음악가들을 중심으로 꾸려지는데, 이들은 각각의 사연을 품은 느슨한 합주를 이어간다. 연주자들은 다채로운 색상의 다각형 구조체로 구획된 공간의 곳곳에 자리하며 마주 보고 있는 영상, 사진, 조각에 상호 응답한다.

Yeondoo Jung, Inevitable Blues – Organ (still image), 2025, 4K digital video, color, sound, signage, framed, 190 x 109 x 6 cm, 4 min. 18 sec. (looped), Courtesy of the artist and Kukje Gallery ©Kukje Gallery

시각 이미지와 음악, 목소리, 억양, 소음 등 청각적 요소의 병치에 관심을 가져온 작가는 이번 전시에서 가시화되지 않지만 귀로 듣고 피부로 느낄 수 있는 삶의 역동과 생기를 음악, 특히 블루스를 통해 직접적으로 제시한다.

19세기 중엽 미국 남부의 아프리카계 흑인들이 힘겨운 현실을 특유의 리듬과 가사로 풀어낸 이 장르에서 그는 설명되지 않는 상황과 피치 못할 난관을 통과하는 자조적이면서도 유쾌한 상상의 방식을 발견한다.

Yeondoo Jung, Inevitable Reasons (still image), 2025, 4K digital video, color, signage, framed, 42 x 73 x 6 cm, 7 min. 10 sec. (looped), Courtesy of the artist and Kukje Gallery ©Kukje Gallery

블루스 음악과 더불어 전시장에는 다채로운 발효의 이미지들이 펼쳐진다. 몇 해 전부터 막걸리를 손수 담아 온 작가는 쌀이 누룩의 균과 만나 이루어지는 발효의 섭리가 요리의 영역이라기 보다는 간절히 바랄 수밖에 없는 신의 영역에 가깝다고 생각하고, 그 신비한 세계의 리듬을 블루스 음악과 연결시켰다. 막걸리 기포가 터지는 박자에 맞춰 드럼이 연주되고, 사워도우가 되기 위해 부풀어 오르는 밀가루 반죽은 연주자의 숨처럼 색소폰 소리와 함께 흐른다.

이번 전시에서 정연두는 세계의 불가해한 작동 앞에서 익숙한 범주들을 벗어나 지나치게 큰 세계와 지나치게 작은 세계를 병치하고 유머와 염원을 뒤섞으며 삶의 신비를 향한 애정을 잊지 않는 태도를 보여준다. 우연과 운명, 불가항력적인 삶의 희비극을 살아내는 마음의 리듬은 전시라는 무대 위, 서로 응답하는 음악과 이미지의 관계 속에서 한 편의 다성적 하모니로 펼쳐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