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stallation view of 《A Hundred Suns》 ©Gallery Baton

갤러리바톤은 최지목 작가(b. 1981)의 개인전 《A Hundred Suns (백 개의 태양)》을 9월 20일까지 개최한다.

수년 동안 몰입해 온 "잔상" 시리즈의 형식과 개념이 한층 무르익은 시기에 열리는 이번 전시는, 관객 참여형 퍼포먼스(〈당신의 망막은 나의 캔버스〉)를 아우르며, 작가가 일관되게 추구해 온 “지각적 회화(Perceptual Painting)”의 세계를 심층적으로 탐구할 기회를 선사한다.

Installation view of 《A Hundred Suns》 ©Gallery Baton

전시 제목이 암시하듯이, 최지목의 페인팅은 태양과 마주한 자신의 망막이 형성한 시각적 반응, 보색 잔상에 대한 회화적 아카이빙이다. 태양을 정면으로 응시한 후 눈을 감았을 때 나타나는 형형색색의 환영은 본래의 색과는 전혀 다른 보색으로 나타났다가, 점차 연해지고, 이내 사라진다.

“결국, 나는 눈 속의 세계를 그린다”라는 작가의 고백은, 빛이 사라진 자리에서 나타나는 무작위적이고 예측 불가한 환영들이 그가 다루는 대상이자, 안료라는 물질로 번역해야 하는 매체임을 나타낸다.


Installation view of 《A Hundred Suns》 ©Gallery Baton

흥미롭게도 입자이자 파동인 빛의 이중성은 회화의 기교적인 면에서 작가의 작업 방식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 감각에 의존하여 잔상을 묘사함에 있어, 에어 브러쉬는 경계 없는 중첩과 부유하는 듯한 색 덩어리의 비물질적 존재감의 묘사에 있어 탁월하다.

지배적인 잔상은 흐르듯 두텁게, 잔향을 잃어가는 이미지는 색 입자의 엷은 산포로 처리되며, 망막에 “맺히고 사라지는” 이미지의 속성을 시뮬레이션한다. 동시에, 브러시로 캔버스에 물리적인 접촉을 일으키는 부분은 작가가 의도적으로 경계를 구축하고 고착시키는 부분에 집중된다.

빛의 파동이 겹치며 경계가 뚜렷한 간섭무늬를 형성하듯, 브러시로 강조된 이미지들은 감각의 재연을 넘어 순수 추상을 향한 작가의 갈망을 은연중에 드러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