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stallation view of 《Champagne Supernova》 ©BB&M

BB&M은 미디어 아티스트 이진준의 개인전 《샴페인 슈퍼노바(Champagne Supernova)》를 10월 18일까지 개최한다.

전시 제목은 1995년 오아시스(Oasis)의 동명 히트곡에서 차용한 것으로, 청춘의 황홀과 허무, 스타성과 소멸을 상징하는 시적 은유로 널리 회자돼 왔다. 이후 2003년, 기존 질량 한계를 초과한 특이 초신성 SN 2003fg의 명칭으로 과학계에서도 차용하여 "샴페인처럼 터지는 이례적인 찬란한 폭발"로 다시 등장했다.

작가는 이 이중적 명명에서 출발해, 기술과 예술의 교차점에서 가장 눈부신 찰나가 동시에 가장 빠른 소멸을 품고 있는 동시대 존재의 역설을 은유한다.

Jinjoon Lee, Champagne Supernova, 2025, Single-channel 4K video, Installation view of 《Champagne Supernova》 ©BB&M

지난 4월, 이진준은 세계적인 K-POP 아티스트의 홍채 정보를 기반으로 생성한 AI 영상과 그의 음원을 우주로 송출한 프로젝트 〈Good Morning Mr. G-Dragon〉을 발표했다. 이번 전시는 그 배경이 되었던, 인간의 내면을 우주로 팽창하며 경계를 초월하는 홍채에 관한 오랜 연구의 결과물을 선보인다.

전시장 중심, 대형 LED 패널에서 상영되는 〈Champagne Supernova〉(2025)는 홍채의 방사형 패턴을 딥러닝 기반의 인공지능 초해상 프레임워크 기술(CoZ)로 추출한 뒤, AI 학습 데이터를 바탕으로 빛과 색의 추상적 시퀀스로 구현한 작품이다. 이러한 변주 속에서 홍채는 더 이상 생체적 정보가 아닌 우주적 이미지로 심화된 존재이자, 순수한 빛의 흔적으로만 남는다.

작가는 변형의 궤적을 따라 ‘나는 어디까지가 나인가?', ‘나를 구성하는 기억과 정보는 얼마나 유한하고 또 확장 가능한가?’라는 동시대의 존재론적 질문을 던진다.

Installation view of 《Champagne Supernova》 ©BB&M

한편, LP판에 새겨진 시각적 단서를 청각적 데이터로 전환하는 턴테이블과, AI가 조각한 퇴적층을 응시하게 하는 VR 시어터는 동일한 물음을 또 다른 감각의 층위로 제시한다. 나아가 염색된 데이터 풍경을 다시금 해체한 하이브리드 콜라주 페인팅 작업은 인공적이면서도 생물학적인 화면으로 디지털 기묘함을 드러내며 디지털 시대의 ‘소멸과 기이한 아름다움’이 공존하는 현대적 바니타스를 선보인다.

이와 같은 매체적 확장은 ‘경계공간(liminoid experience)’ 개념 아래 기술과 인간 사이의 접속을 천착해온 작가의 탐구 방향과 조형적 감각을 입체적으로 보여준다.

Installation view of 《Champagne Supernova》 ©BB&M

이처럼 《샴페인 슈퍼노바(Champagne Supernova)》는 순간적으로 터져 나오는 찬란한 광휘와 그 안에 내재한 종말의 기미를 동시에 품은 초신성의 역설을 은유하며 별의 마지막 섬광처럼, 디지털 우주의 궤적 속에서 인간이 남길 수 있는 찰나의 흔적을 소환한다. 기술과 예술이 충돌하고 융합하는 임계지점에서 소멸 직전 가장 눈부신 순간에 드러나는 오늘날의 ‘초상’이란 무엇인가를 되묻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