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stallation view of 《Not I, not I, but the wind that blows through me》 ©Gallery Hyundai

갤러리현대는 이강승, 캔디스 린 작가의 2인전 《나 아닌, 내가 아닌, 나를 통해 부는 바람(Not I, not I, but the wind that blows through me)》을 10월 5일까지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두 작가가 최근 수년간 심화해 온 리서치를 바탕으로 주제적 확장과 물성에 대한 탐구가 돋보이는 신작들을 선보인다. 전시에서는 이강승의 최신 영상작 〈피부〉(2024)를 비롯하여 흑연 드로잉, 삼베에 수놓은 금실 자수, 아상블라주 등의 신작과 캔디스 린의 영상 애니메이션, 회화, 조각 등 총 30여 점의 신작이 최초로 공개된다.

Installation view of 《Not I, not I, but the wind that blows through me》 ©Gallery Hyundai

이강승과 캔디스 린은 서로 다른 문화적 배경과 조형 언어를 바탕으로 사회적 제도에 의해 배제되거나 역사 속에서 지워지고 잊힌 인물과 공동체, 그리고 그들의 서사를 지속적으로 조명해 왔다.

이강승은 자신보다 앞선 세대의 퀴어 예술가, 작가, 무용가, 게이 및 트랜스 인권 운동가들의 짧은 생애와 유산을 기록하고 기리는 작업을 이어오고 있다. 이강승은 재료의 확장과 물성에 대한 깊은 고찰을 통해 ‘피부’를 시간의 흐름 속 변화와 기억의 층위를 기록하는 살아 있는 아카이브로 제시한다.

캔디스 린은 회화, 드로잉, 조각, 설치, 영상뿐만 아니라 곰팡이, 박테리아, 발효, 얼룩 등 유기적 물질과 이를 둘러싼 과정 또한 작업의 매체로 삼아 식민주의와 디아스포라의 역사, 젠더, 인종, 섹슈얼리티에 얽힌 복합적인 권력 구조를 다층적으로 탐구한다. 이번 전시에서 그는 인간과 동물 간의 경계와 관계에 주목하며, 그 이면에 깔린 분류와 통제, 욕망과 권력의 체계를 환기하고 이를 통해 간과되거나 충분히 조명받지 못한 역사의 실체를 드러낸다.

Installation view of 《Not I, not I, but the wind that blows through me》 ©Gallery Hyundai

전시 제목 《나 아닌, 내가 아닌, 나를 통해 부는 바람》은 영국의 시인이자 소설가 D. H. 로렌스(David Herbert Lawrence, 1885–1930)의 시 「헤쳐 나온 자의 노래(Song of a Man Who Has Come Through)」의 한 구절에서 착안한 것이다.

전시의 개념적 초석이 되는 이 문장은 우리를 관통하는 바람과 같은 초월적인 힘을 통해 억압되어 온 역사와 기억이 다시 살아 숨 쉬고 순환하는 과정을 은유적으로 담고 있다. 이는 은폐되고 침묵으로 가려진 서사를 가시화하고, 상실된 기억을 복원하여 동시대의 언어로 풀어내는 두 작가의 일관된 작업 세계와 깊이 맞닿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