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stallation view of 《TWO SERPENTS》 ©WWNN

WWNN은 윤미류 작가의 개인전 《TWO SERPENTS》를 7월 18일까지 개최한다.

윤미류는 허구적 존재와 감각이 실제 인물과 교차하는 지점을 탐구하며, 그것이 어떻게 몸을 가진 존재로 구현될 수 있는지에 대한 다양한 가능성을 회화라는 매체로써 모색해 왔다.

지난 개인전 《방화광》(2023)과 《Do Wetlands Scare You?》(2024)를 거치며 윤미류는 본격적으로 그림을 주된 매개체로 삼아 여성 인물을 일종의 캐릭터를 내세운 허구적 세계관을 제작하기 시작했다.

그 과정에서 작가는 ‘감독’에 가까운 위치에 서서 상징적인 의미를 가지는 장소를 선정하고 그 안에서 실제 인물들과 회화적 장면들을 연출하여 사진으로 기록한다. 아이폰의 사진 기능인 ‘라이브 모드’로 촬영된 사진은 회화의 전통적 매체인 캔버스로 옮겨지며 최종 결과물이 완성된다.

Installation view of 《TWO SERPENTS》 ©WWNN

이번 개인전 《TWO SERPENTS》 역시 지난 개인전과 마찬가지로 ‘프리 프로덕션’을 거쳐 제작되었다. 이번에는 전문 사진가가 이 과정에 기여했으며, 전문 모델이자 퀴어 커뮤니티에서 마이크로 셀러브리티로 잘 알려진 트랜스 여성 ‘정글’이 그림의 주인공으로 섭외되기도 했다.

지금까지 윤미류는 가족, 친구, 지인과 같이 이미 알던 인물을 피사체로 삼으며, 그들의 구체적인 정보나 개인적인 맥락을 거의 드러내지 않았다. 한편 이번 작업에서 트랜스 여성인 ‘정글’이 회화의 피사체가 됨으로써 그 존재 자체로 정치적 발화로 독해될 가능성을 가지게 된다.

하지만 윤미류의 장기 프로젝트에서 ‘정글’만이 예외일 수 없다. 특수와 보편을 오가는 이 이중성은 그 자체로 제목에 쓰인 뱀의 상징성과 일맥상통한다. 신화학자 진 쿠퍼에 따르면 뱀은 동양, 서양 모두에서 "아주 복잡한 의미를 가진 보편적 상징"으로 꼬리를 물고 있는 모습 때문에 죽음과 파괴, 생명과 부활, 시간과 운명을 상징한다. 무엇보다 뱀은 남성도 여성도 될 수 있는 "자기 창조적(단성 생식적)" 존재를 상징한다.


Installation view of 《TWO SERPENTS》 ©WWNN

윤미류의 그림에 담긴 ‘정글’, 즉 ‘뱀’ 여자는 붉은 실로 실뜨기를 하고 모래에 추상적인 문양을 새긴다. 화면을 장악하는 윤미류의 거칠고 빠른 붓터치와 함께, 물감을 짜서 표현한 따개비는 캔버스 평면에 요철을 더하며 촉각적 시각을 자극한다.

제각기 다른 텍스처의 의상과 패브릭, 따개비는 보는 이로 하여금 시각적 쾌감을 유발하며, 트랜스 여성이자 아이코닉한 인물인 ‘정글’을 단지 ‘정글’이 아니라 자신만만한, 하지만 어딘가 도취된 듯 멍한 표정의 ‘뱀’ 여자로 보이도록 만드는 복시(double vision)를 일으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