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립 미술아카이브 외관 전경 ©서울시립미술관

지난 19일, 서울시립미술관은 서울시립 미술아카이브 전시도록 검열 사태에 대한 성명문을 발표하였으나 이에 규탄하는 국내 미술계의 목소리는 더욱 커지고 있다.  
 
‘검열 사태’는 미술관 산하 서울시립 미술아카이브에서 열린 기획전 《우리는 끊임없이 다른 강에 스며든다》의 도록에 게재될 예정이었던 평론가 남웅의 글이 윤석열 전 대통령의 계엄령 선포를 비판한 내용 등을 이유로 중립성 문제가 있다며 게재 불가 통고를 내린 사실이 드러나며 시작되었다.  

이에, SeMA-하나 평론상 역대 수상자 8인은 서울시립 미술아카이브 전시도록 원고 검열 사태에 대한 사과와 재발 방지를 촉구하는 연대 성명서를 발표하였으며, 지난 18일 전시 참여 작가 8인(팀)도 이어서 성명을 낸 바 있다.

《우리는 끊임없이 다른 강에 스며든다》 전시 전경(서울시립 미술아카이브, 2025) ©서울시립미술관

검열 사태’의 파장이 커지자 서울시립미술관은 공식 홈페이지에 입장문을 내놓았다. 미술관은 “특정 정치적 사건이나 관점을 이유로 원고를 배제할 의도는 전혀 없었”으며, “원고를 검토하는 과정에서 원고가 전시 기획의 의도와 해석에 부합하는지를 고민하며 평론가와 소통했지만 이를 전달하는 과정에서 이 사안이 충분히 세삼하고 조심스럽게 다뤄지지 못했던 점을 인정하고 사과한다”고 전했다.  

아울러, 미술관은 12월 발간 예정인 전시도록에 남웅 평론가의 원고를 포함해 이후 발표된 성명, 논평, 언론보도 및 다양한 비판적 목소리를 종합적으로 담아내어 이번 사안 전체를 열린 시각으로 기록하고 되돌아보고자 한다고 밝혔다.

《우리는 끊임없이 다른 강에 스며든다》 전시 전경(서울시립 미술아카이브, 2025) ©서울시립미술관

그러나 입장문이 발표된 이후 미술계는 ‘검열’ 언급 없이 소통 문제로 일관하는 미술관의 태도에 대해 규탄하며, 21일부터 ‘검열에 반대하는 예술인 연대’(이하 예술인 연대) 명의의 성명서를 SNS에 공유하고 연대 서명을 받으면서 반발의 움직임이 미술계 전반으로 확산되었다.  

연대 성명에 참여한 인원은 6월 25일 기준으로 600명을 넘어섰으며, 노원희, 임흥순, 양혜규, 이미래, 김아영, 전소정 등 한국 대표 작가들이 동참했다. 국내 국공립 미술관 역사상 특정 미술관의 검열 행태를 규탄하며 미술인들이 집단행동에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서울시립 미술아카이브 《우리는 끊임없이 다른 강에 스며든다》에 출품된 문상훈 작가의 〈손〉(2019-2025) ©서울시립미술관

예술인 연대는 성명문에서 서울시립미술관의 공식 입장문에 대해 “계엄 상황이 마무리되지 않은 시점에 계엄을 비판한 글을 싣는 것이 곤란해 게재가 어렵다고 통보한 사실은 바뀌지 않는다”며, “통보한 시기가 헌법재판소의 대통령 파면 결과가 나오기 전인(2월 25일)이라는 점은 미술관 윗선이 계엄에 대한 비판을 의식하고 검열했다는 사실을 분명히 입증한다”고 지적했다.  

이어서, 이번 검열 사태를 둘러싼 목소리를 도록에 싣겠다는 부분에 대해 “’검열’ 자체를 인정하는 않은 채 검열에 대한 문제 제기와 미술관을 향한 비판을 ‘다양한 비평적 목소리’ 정도로 축소하며 ‘열린 시각으로 기록하고 되돌아’보겠다고 제안한 태도는 검열에 대한 문제 제기를 하나의 성과로 취급”하는 것이며, “피해 당사자뿐 아니라, 사건을 지켜보는 예술계 안팎의 많은 비평가, 작가, 기획자, 기술자, 관객을 모욕하는 처사”라고 비판했다.

서울시립 미술아카이브 《우리는 끊임없이 다른 강에 스며든다》에 출품된 이무기 프로젝트의 〈트랜스-젠더-시간-지도〉(2025) ©서울시립미술관

아울러, 예술인 연대는 평론 게재 불가를 결정하고 통보한 과정과 기록을 상세히 공개할 것, 검열임을 인정하고 과오와 책임을 분명히 할 것, 확실한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할 것 등을 촉구했다.  

한겨레 보도에 따르면, 이와 관련해 서울시립미술관의 한 관계자는 “시 의회 등 외부 압박을 의식해 간부진이 도록 글을 선별하는 쪽으로 논의하면서 관장도 추인한 것으로 안다. 공립미술관 초유의 규탄 서명운동까지 벌어지는 상황인데도 상부의 인식과 대처가 안일하고 상식과 동떨어져 내부 직원들도 당혹해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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