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5월 12일, 서울시립미술관이 “2025 SeMA-하나 평론상” 공모를 발표한 가운데, 역대 수상 평론가 8인은 기관의 검열 논란에 대한 사과와 재발 방지를 촉구하는 연대 성명문을 발표했다.
지난 3월 서울시립미술관이 서울시립 미술아카이브 기획전 《우리는 끊임없이
다른 강에 스며든다》의 도록에 게재될 예정이었던 평론가 남웅의 글이 윤석열 전 대통령의 계엄령 선포를 비판한 내용 등을 이유로 중립성 문제가 있다며
게재 불가 통고를 내린 사실이 드러나, 기관의 ‘정치적 검열’ 의혹이 제기되었다.
이에, 남웅을 비롯한 서울시립미술관의 미술비평 수상 프로그램인 “SeMA-하나 평론상”의 역대 수상자 8인(곽영빈, 김정현, 남웅, 문정현, 이연숙, 이진실, 장지한, 장한길)은 “비평과 검열은 함께 갈 수 없다 – 서울시립미술아카이브 도록 검열 사태와 2025 세마-하나 평론상에 부쳐”라는 제목의 연대 성명을 발표하였다.

성명문에 따르면, 2017년 SeMA-하나
평론상 수상자이자 인권 활동가인 남웅이 당시 미술관에 전달한 글은 “전시가 표방하는 ‘기록의 행동주의’를 반추하고 전시의 의미를 풍부하게 만드는 글”이었음에도 “우리의 기억과 정서를 뒤흔든 계엄의 사태를 언급하고 비판했다며
‘중립성’을 이유로 거부”되었으며, “미술관이 명백히 검열을 하면서도 스스로를 중립이라 기술하는 상황을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어서 평론가들은 검열 사건이 기사화된 이후 서울시립미술관장이 한겨레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이러한 상황을 전혀 몰랐”으며, “관계자와
평론가 사이에 소통 문제가 있어 보인다”고 해명한 것에 대해 “공립기관의
수장이라면 시립미술관에서 검열이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는 원칙을 선명히 밝히고, 해당 사건이 검열에
해당하는지 책임지고 조사하겠다는 약속과 함께 평론가에게 사과의 말을 전하는 것이 상식적인 수순이었을 것”이라
비판했다.

아울러 “기존 수상자의 글이 해당 수여 기관에 의해 검열될 수 있다는
전례와 가능성을 염두해 두고 새로운 비평가와 글을 공모한다는 것은 모순이자 자가당착”이며, “이러한 주먹구구식의 의사결정 및 소통 방식은 이번 전시를 포함해 살아있는 권력과 관료제에 맞서 비판적이고
대안적인 예술의 공공성을 열어온 국내외 작가, 비평가, 큐레이터들
모두에게 매우 충격적인 일”이라 밝혔다.
이에, 평론가 8인은 “2025 SeMA-하나 평론상으로 새로운 비평가를 배출하고 지원하겠다는 홍보 이전에 이 사태에 대한 서울시립미술관의
책임 있는 해명을 요구”하였으며, 나아가 작가, 비평가, 큐레이터들에게 이번 검열 사태에 대한 정중한 사과와 재발
방지에 대한 약속을 촉구했다.
성명문이 발표된 후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남웅은 “미술관 학예직 간부들이
검열은 오해라면서 문제가 된 글을 도록에 다시 싣겠다고 제안”했으나 “게재
불가 통고에 대한 공식 사과와 구체적 경위 해명을 하지 않는 한 제안에 응하지 않을 것이고, 다른 미술인들과
폭넓게 연대하며 대응하는 방안을 찾으려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