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stallation view of 《The Busted》 ©GALLERY2

갤러리2는 최수인 작가의 개인전 《들킨자》를 4월 12일까지 개최한다.

《들킨자》는 많은 부분 연출로 상황화된 관계의 형성 방식을 고찰하며, 관찰자의 모습을 들킨자와 함께 등장시킨다. 그것이 이미지 내부가 아닌 외부에 투명하게 남아 있을지라도, 들킨 자와 그 주변에 공기처럼 섞인 관찰자의 모습은 대척점에 놓인 관계의 근원지들이 일궈내는 모종의 무대를 시각화한다.

이번 전시에서 최수인은 처음으로 시도한 연작 구성의 그림 〈내가 하는 말이 보이지 않나 보다〉(2025)를 선보인다. 지금까지 하나의 미장센을 토대로 단일 무대를 상상해 온 작가는 이번 작업에서 5개의 캔버스를 이어 붙여 파노라마형의 광활한 풍경을 새롭게 조성한다.

Installation view of 《The Busted》 ©GALLERY2

〈들킨자〉(2025)는 회화가 아닌 다른 매체를 다룬 첫 시도로, 조각을 활용한 입체적인 무대 구성에 접근한다. 커다란 휘장처럼 설치된 〈거북이 바위〉(2025)는 앞과 뒤를 바꿔 도치하듯 유리창 너머로 뒷면부터 보여주는 효과를 통해 이미지로의 진입 경로를 반전시키며 보편적인 감상 방식에 극적인 구조를 더한다.

《들킨자》의 구성에서 ‘관찰자’의 존재를 은유하고 암시하는 방식을 통해 복합적이면서도 다층적인 구조로 확장된다. 〈내가 하는 말이 보이지 않나 보다〉에서는 화면 곳곳 자연의 형태라 할 수 없는 인위적인 노란색 형체로 들킨 자를 암시하며, 〈들킨자〉는 무릎을 꿇고 앉아 한 팔을 든 인체에 가까운 형상을 통해 보이지 않는 관찰자에 의해 자기 모습을 들켜버린 순간 자체를 묘사한다.

Installation view of 《The Busted》 ©GALLERY2

한편 〈거북이 바위〉는 실제로 울릉도의 거북바위를 그린 것인데, 적당한 크기의 캔버스가 아닌 거대한 천막의 스케일로 커진 화면에 자연물과 자연물로 치환한 감정의 형태를 그림으로써 자신이 그림을 관찰할 뿐만 아니라 그림에 관찰을 당하는 역전된 관계를 체감하며 그려 나간 작업이다.

그가 그리는 대상은 자연물의 외형이 아니라, 타인과의 관계 속에서 형성되는 불편한 감정과 이를 들킨 인물의 상태이다. 일상적인 대화 속에서 자신도 모르게 발동되는 감정은 숨기고 싶은 욕망을 드러내는 이상한 징후로 작용한다. 그는 이러한 징후를 자연물이나 이름 모를 생명체의 방어적인 형태로 표현한다. 이를 통해 그의 이미지는 촉각적인 상상을 불러일으키며, 관객이 경험적으로 작품을 받아들이도록 유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