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아트부산 장면. 주최측에 의하면 올 해 약 6만명의 관람객이 방문했다.

2025년 6월, 글로벌 미술 전문 매체 ‘Artnet News’는 아트부산 2025(Art Busan 2025)를 “Asia’s most promising art fair” 중 하나로 소개하며, 서울 중심 미술시장 구조에 의미 있는 균열을 낸 부산의 전략적 가능성에 주목했다. 단순히 규모의 확장이 아닌, 기획의 질과 시장 참여자들의 성숙한 태도, 그리고 신진 작가 생태계에 대한 구조적 접근까지, 이번 아트페어는 동아시아 미술시장에 새로운 모델을 제시했다고 평가했다.
 
총 17개국 109개 갤러리가 참가한 올해 행사는 유통 중심의 플랫폼에서 벗어나, 큐레이션과 실험, 관계 형성의 장으로 변모했다. 특히 Artnet은 베를린 Société 갤러리의 디렉터 마리우스 윌름스(Marius Wilm)의 인터뷰를 인용해, “관람객들이 준비된 상태로 전시장을 찾고, 더 나은 질문을 던지며, 더 많은 교류를 시도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는 신뢰 기반의 컬렉팅 문화가 지역에서 자생적으로 형성되고 있다는 긍정적인 지표로 해석된다.
 
전시 기획 면에서 ‘CONNECT’ 큐레토리얼 섹션은 단연 돋보였다. ‘Territories and Boundaries’를 주제로 구성된 이 섹션은 11개의 독립 전시 형식으로 운영되어, 미술관 수준의 서사와 감각을 아트페어 현장에 구현했다. 이는 Artnet이 지목한 바와 같이, 전시성과 시장성을 병치할 수 있는 새로운 전시 구조의 실험으로 평가된다.


Art Busan 2025 CONNECT 섹션 전경 / Photo © Art Busan

또한, 신진 갤러리를 위한 ‘Future’ 섹션은 올해부터 ‘Future Art Award’ 프로그램을 도입했다. 이는 단순한 발굴을 넘어, 신진 작가의 지속적 성장과 시장 안착까지를 고려한 전략적 생태계 구축의 시작이라는 점에서 그 의미가 크다. Artnet은 이를 두고 “젊은 작가 지원을 위한 플랫폼으로서의 역할을 강화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무엇보다 주목할 점은 부산이라는 지역 기반의 국제적 확장 가능성이다. 해외 갤러리스트들은 “부산의 관객은 준비되어 있고 진지하며, 단발성 소비보다 관계 형성에 중점을 둔다”고 전했다. 이는 서울 일극 체제를 넘어, 지역 거점이자 글로벌 플랫폼으로 부산이 자립 가능함을 입증하는 사례다.
 
그러나 이 성과가 일회성에 그치지 않기 위해서는 다음 단계를 위한 전략적 준비가 필요하다.
 
첫째, ‘CONNECT’와 ‘Future’ 같은 섹션이 아트부산의 고유한 정체성으로 자리잡기 위해서는 장기적인 기획력, 예산 안정화, 평가 시스템 구축이 병행되어야 한다.
둘째, 신진 작가의 발굴에 머물지 않고 이들의 장기적 커리어 형성과 국제 진출로 이어지는 실질적 후속 시스템이 필요하다.
셋째, 동아시아 및 동남아 미술계와의 연계, 국제 기관 및 평론가·컬렉터들과의 파트너십 확대 등 구조적 국제 네트워크의 구축이 절실하다.
 
아트부산 2025는 기획력, 참여자 구성, 관객 반응이라는 세 축을 통해 ‘좋은 아트페어’의 기준을 새롭게 쓰고 있음은 분명하나 지속 가능한 구조와 전략을 통해 장기적인 플랫폼으로 진화할 수 있느냐는 과제를 던지고 있다.
 
Artnet의 호평은 한국 미술시장 구조의 전환을 촉진하는 내부적 신호이기도 하다. 아트부산이 이 흐름을 전략적으로 수용하고 확장해 간다면, 서울 중심을 넘어서는 아시아 미술시장 다극화의 핵심 거점으로 자리잡을 수 있을 것이다.

Referenc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