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민미술관은
기획전 《시대복장》을 7월 20일까지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동시대를 가장 예민하게 기록하는 매체로서 패션에 주목한다.
동시대 시각문화의 흐름에서 미술이 맞닥뜨린 변화와
마찬가지로 오늘날 패션은 과거보다 다양한 하위문화를 둘러싼 복합적인 장이 되었다. 그 현장인 도시는
패션이라는 복합체를 생산, 소비하고 재구성하는 참여자들의 거점이다.

전시 《시대복장》은 동시대 서울의 패션을 저마다의
개성으로 드러내는 세 스튜디오―지용킴, 포스트아카이브팩션(파프), HYEIN SEO―를 소개한다. 지용킴(f.2021)은 태양, 바람, 비와 같은 자연적 조건에 원단을 노출하는 선블리치(Sun-bleach) 기법을
통해 모든 에디션에 고유의 시간이 깃든 옷을 만든다. 지용킴의 옷은 공장식 대량생산으로 재현할 수 없는
환경과 시간의 유기적 관계를 근면하게 번역한 것이라 볼 수 있다.
포스트아카이브팩션(이하 파프, f.2018)은 도시의 물질 문화를 움직이는 여러 요인을
현재에 수집·재구성한다. 파프의 디자인은 비가시적인 정보를
끊임없이 업데이트하는 소프트웨어와 닮았고 이들의 옷은 변형을 수용하는 아카이브로 변주된다. 이로써 파프는
완결된 상품으로서 옷에 관한 전형적인 발상을 파괴하면서 아직 도달하지 않은 것, 이름 붙일 수 없는
미래의 유행을 가시화한다.
HYEIN
SEO(이하 혜인서, f.2015)는 소설과 영화의 한 장면, 도시에서 수집한 익명의 서사 파편에서 광범위한 영감을 얻는다. 혜인서의
옷은 추상적이거나 불명확한 이미지 또는 이야기를 착용자의 몸 위에 옮겨 오는 매체이며 이때 패션은 일상과 밀접한 알레고리로 기능한다.

《시대복장》의 목표는 두 영역이 공유하는 문화 지형을 매개로 패션만으로는
검증할 수 없고 미술만으로는 표상할 수 없는 동시대의 모습을 그리는 것이다. 전시는 미술관 전시의 통념과 미묘한 마찰을 일으키는 동시에 패션이
미술관에서 자신을 방어하며 형성하는 감각의 전선을 조명한다. 이를 통해 일민미술관이 수행해온 동시대
시각문화 연구를 잇고 불확실한 시대의 윤곽을 보다 선명하게 기록할 것이다.
참여작가: 지용킴, 포스트아카이브팩션(파프), HYEIN SE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