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씨알콜렉티브는 박지혜 작가의 개인전 《On the Surface》를 5월 28일까지 개최한다.
이번 전시 《On
the Surface》에서, 박지혜 작가의 시선은 하늘과 뭍, 그리고 바다의 (비)경계를
추적한다. 태안의 하늘과 뭍과 바다는 구분되어 있으나 서로를 반영하면서 모호한 층위가 만들어진다. 여기에, 박지혜 작가는 롱테이크 기법과 함께 구조의 비동기적 장치로
기억과 망각, 감각과 사유, 존재와 부재사이의 미세한 경계, 틈을 파헤친다.
태안 간척지를 배경으로 신작 영상과 아카이벌 피그먼트
프린트(archival pigment prints) 작업은 “인간의
욕망과 자연의 시간, 보이지 않는 역사와 퇴적된 감정이 교차하는” 경계면을
탐색한다. 그것은 시공간의 흐름과 감각의 축적이 겹친, "가장
얇고 평평하며 동시에 가장 깊은 감각적 지층이다."

시선의 이동 없이 촬영한 전원 풍경은 사각 프레임 안에 멀리 보이는 사람들의 소소한 움직임 과 언뜻언뜻 들리는 소음, 미세한 바람 소리를 살아있는 구성원으로서 동참시킨다. 고정된 카메라는 한동안 평온하고 조용한 전원풍경을 비추고 있지만, 우리는 곧 지금 지켜보고 있는 장소가 단순한 자연환경이 아닐 수 있음을 감지하게 된다. 어떤 인식의 불편한 긴장이나 불안이 느껴지는 틈에서 감각은 작동하기 시작한다.

박지혜는 오래도록 관계의 구조와 그 안에 잠재된 불균형, 폭력, 단절을 주제로 작업해왔다. 초기작에서 등장하던 남성과 여성의 관계, 불완전한 욕망, 신체의 상호작용 등은 내밀한 심리의 풍경을 탐색하는
장치였다.
이번 전시 《On the Surface》에서 그는 간척지라는 이질적 풍경을 통해
과거와 현재, 자연과 인공, 기억과 소외의 경계를 재배열한다. 이는 단지 공간에 대한 시각적 해석이 아니라, 감각의 정치학에 관한
질문이기도 하다. 인간이 만들어낸 지형이 어떻게 역사적 층위를 품게 되는지, 그 안에서 무엇이 말해지고, 무엇이 사라지는지를 작가는 묻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