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라인업은 한국 근현대의 서사(천경자, 채용신, 김기창)와 동시대의 형식 실험(이우환, 이강소), 글로벌 기호의 경제학(앤디 워홀)을 한 무대에 올려 놓는다.

서로 다른 시간대와 미감이 교차하며 서사·형식·상징이 순환한다는 점이 이번 세일의 톤을 결정한다.


 
옥션 하이라이트

가장 먼저, 천경자 〈미모사 향기〉(1977) 이다. 추정가는 5억~8억 원이다.


천경자 〈미모사 향기〉 / 서울옥션 제공

노란 미모사의 색면이 화면의 정서를 지배한다. 바깥을 응시하는 인물과 안쪽으로 쌓이는 정서가 만나며, 파리 체류기의 기억과 여성 초상의 시문학적 결이 응축된다. ‘서사·색·응시’의 삼각형이 안정적이다.
 
이우환 〈바람과 함께〉(1990) 역시 만만치 않다. 시작가는 9억 원이다.


이우환 〈바람과 함께〉 / 서울옥션 제공.

〈바람으로부터〉의 물리적 필압에서 대기의 흔적으로 이행하는 과도기적 호흡. 붓질의 격렬함이 침잠된 리듬으로 전환되며 이후 〈조응〉으로 이어질 변곡점을 암시한다. 화면이 만들어내는 정적(靜的) 긴장에 주목하기 바란다.
 
앤디 워홀의 〈Campbell’s Soup II〉 는 추정가 5억~10억 원이다.

앤디 워홀 〈캠벨 수프 2〉 / 서울옥션 제공.

반복·동일 크기·격자 배열. 워홀이 구축한 이미지의 표준 시간을 보여준다. 규격화된 일상의 상징이 관객의 기억과 정확히 맞물리는 순간 유동성 있는 가치가 발생한다.
 
앤디 워홀의 〈Dollar Sign〉은 추정가 4억5천만~8억 원으로 책정되었다.


앤디 워홀〈달러 사인〉 / 서울옥션 제공

‘$’ 기호를 전면화해 기표=욕망의 방정식을 선언한다. 2025년 서울의 좌표에서도 낡지 않은 아이러니—브랜딩과 가치의 교차가 가장 단순한 형태로 제시된다.


이강소, 〈무제-91016〉, 캔버스에 오일, 193.7×259.4cm(200), 1991, 추정가 1억4000만원 - 3억원. / 사진: 서울옥션 제공

이 외에 이강소의 〈무제-91016〉(200호, 193.7×259.4cm)는 사진으론 전달되지 않는 물성의 일격과 제스처의 밀도가 공간을 장악한다.


채용신의 〈신기영 초상〉, 추정가 1억 3천 5백 - 2억원 / 사진:서울옥션제공

운보 김기창의 〈태고의 이미지〉, 추정가 7천만원 – 1억 5천만원 / 서울옥션 제공

채용신의 〈신기영 초상〉(조선 후기)은 자료성과 회화성을 동시에 갖춘 역사 초상으로서 세일의 시간축을 과거로 확장하는 작품이다. 운보 김기창의 〈태고의 이미지〉 역시
동양적 기운생동과 현대적 추상의 교차점. 필선이 리듬을 갖추며 화면을 박동시킨다.
 

 
출품작 프리뷰

작품의 프리뷰가 필요하다면 천경자를 시작으로 이우환의 작품을 감상하기를 권한다. ‘시선(視線)’과 ‘호흡(呼吸)’이라는 키워드로 정지와 흐름의 대비가 작품의 숨을 드러낸다.
 
또한 워홀의 반복 배열(Soup)과 단일 기표의 전면화(Dollar)를 같은 자리에서 비교해 보는 재미가 있으며 동일 작가의 기호학이 어떻게 서로 다른 응시 방식을 요구하는지 체감된다.
 
마지막으로 이강소의 대작 앞에서는 최소 1분간 거리·각도를 바꿔보며 제스처의 파장을 확인하기를 바란다.
 


관람 및 경매 포인트

이번 세일이 말해주는 것은 결국 내러티브 프리미엄이다.

국내 컬렉터의 수요는 천경자, 이우환 작가처럼 여전히 검증된 이야기와 퀄리티에 반응한다. 또한 글로벌 아이콘으로서의 앤디 워홀의 작품은 환율에 대한 민감도는 있으나 인지도와 유통성에 있어서는 유리한 점이 있다.

마지막으로 포트폴리오 분산의 관점에서 근현대·팝·역사초상이 한 테이블에 묶인 하이브리드 구성은 리스크를 분산하고, 컬렉션의 시간축을 넓힌다.
 
이번 세일은 서사의 중량감과 이미지의 유동성이 같은 밤에 맞붙는 무대다. 잘 쓰인 역사와 가볍게 떠다니는 기호 사이에 마음속의 프라이싱(valuation)을 먼저 적어보라. 경매는 그 순간 이미 시작된다.


 
경매일정
경매: 8월 26일(월), 서울옥션 강남센터
프리뷰: 8월 15–26일, 무료 관람
출품: 94점 / 총 추정 약 61억 원

Referenc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