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LG 구겐하임 어워드의 수상자로 미디어아트
작가 김아영(Ayoung Kim)이 선정되었다. 한국인으로는
최초다. LG와 뉴욕 구겐하임 미술관이 공동으로 운영하는 5개년
프로젝트 ‘LG 구겐하임 아트&테크 이니셔티브(LG Guggenheim Art and Technology Initiative)’의 일환인 이 상은, 기술을 예술적 언어로 확장하며 새로운 시대의 감각과 의식을 제시하는 예술가에게 수여된다. 김아영은 세 번째 수상자로 선정되었으며, 상금 10만 달러(한화 약 1억 3천만 원)가 무제한 조건으로 수여된다.
“김아영의 선구적 작업은 단지 기술적 정교함을 보여주는 데 그치지 않고, 디지털 시대의 인간성과 시간에 대한 심오한 질문을 제기한다. 기계와
인간의 경계가 모호해지는 오늘, 그녀의 작품은 예술이 당면한 가장 본질적인 문제를 제기한다.”— 나오미 벡위스(구겐하임 뉴욕 수석큐레이터 겸 부관장)
기술과 내러티브가
교차하는 서사적 세계
김아영은 팬데믹이라는 전 지구적 사건을 출발점으로 한 영상
연작 《’딜리버리 댄서(Delivery Dancer)’》
시리즈로 국제적 주목을 받았다. 미래 도시에서 여성 라이더(배달
노동자)들이 이동하는 과정을 통해, 인간의 생존 조건, 알고리즘에 의해 조정되는 노동, 디지털 인프라 아래의 사회 구조를
탐색하는 이 시리즈는 2023년 아르스 일렉트로니카 골든 니카상,
2024년 ACC 미래상을 연이어 수상하며 예술성과 동시대성을 동시에 인정받았다.

김아영 작가의 영상작품 <딜리버리 댄서의 구>의 한 장면/ LG 제공
김아영의 작업은 영상, 애니메이션, 모션 캡처, 게임 엔진, 이미지 생성 기술 등 최첨단 테크놀로지를 기반으로 하되, 그 안에 신화, 여성 서사, 역사적 자료 조사, 한국 서브컬처(예: 웹툰, GL) 등의 요소를 유기적으로 결합시킨다. 특히 작가는 인간과 기계의 관계, 인지와 신체, 데이터와 감정이 교차하는 감각적 세계를 탐색하며, 과학적 개념(입자물리학, 양자 현실, 다중 세계)에 대한 관심을 예술 언어로 풀어낸다.
“기술이 진보할수록 인간의 삶은 더 복잡해진다. 예술가는 이 기술이 숨기고 있는 불확실성과 가능성을 가장 직관적인 방식으로 탐색해야 한다. 나는 기술결정론자도, 기술비관론자도 아니다. 기술을 통해 사회를 성찰하고, 그것을 예술로 치환하고자 해왔다.”— 김아영, 2025 LG 구겐하임 어워드 수상 소감 中
AI는 예술이 될 수 있는가?
김아영은 이번 수상과 함께 생성형 AI가 예술의 본질에 끼치는 영향에 대해 명확한 견해를 밝혔다. “19세기 말 사진의 등장이 회화의 재현 기능을 무력화시키며 현대미술이 태동했던 것처럼, 생성형 AI 역시 예술의 방식과 개념을 근본적으로 뒤흔들 것” 이라면서도, “AI가 독자적으로 만든 결과물을 예술로 간주하는 것은 아직 이르다”고 단언했다.

그녀는 “AI는
훌륭한 도구가 될 수 있지만, 예술의 핵심인 작가의 의도, 창작의
고통, 내면에서 우러나오는 깊은 사유가 결여되어 있다면 그것은 예술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작가는 세계 최대 미디어아트 시상제인 아르스 일렉트로니카에서
심사위원으로 활동하며 수많은 고퀄리티의 AI 작품들을 접한 바 있으나,
“결국 작품은 유려함이 아니라 사유의 깊이로 평가된다”고 덧붙였다.
심사위원단 평가
2025년 LG 구겐하임 어워드 심사위원단은 다음과
같이 평했다:
“김아영의 작업은 새로운 이미지 제작 기술과 고전적 시네마적
문법, 그래픽 언어를 접목하며 예술이 기술과 어떻게 만날 수 있는지를 재정의한다. 가상환경, 퍼포먼스, 게임
엔진, 프린트메이킹 등 서로 다른 매체들을 하나의 통합된 감각 체계로 구성해내는 그녀의 실천은 사회적
유산과 기술적 미래 사이의 다리를 놓는다. 김아영의 예술은 단지 표현이 아니라 사회적 대화의 통로이며, 인간의 조건을 재구성하는 시도로서 새로운 윤리적·정서적 상상을 이끈다.”

올해 시상식은 5월 8일, 뉴욕 구겐하임 미술관에서 열린 LG 후원 'YCC 파티'에서
개최되었으며, 현장에는 김아영 작가와 함께 예술가 겸 테크놀로지스트 라쥰 맥밀리언 (LaJuné McMillian)이 구겐하임 로툰다를 기술적 설치작품으로 전환해 주목을 받았다.
‘YCC’는 Young Collectors Council (젊은
컬렉터 위원회) 로서 21세부터 40세 사이의 젊은 전문인들로 구성되며, 동시대미술에 대한 이해를
넓히고자 하는 이들을 위한 모임이다.
YCC는 큐레이터가 이끄는 전시 투어, 작가와의
만남, 개인 컬렉션 방문 등으로 구성된 전용 프로그램 일정을 통해 회원들이 미술을 심도 있게 경험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회원들은 연 2회
열리는 회의에 참여할 수 있는 특별한 기회를 가지며, 이를 통해 미술관의 상설 컬렉션에 신진 작가들의
작품을 소장하고, 혁신적인 전시 및 교육 프로그램을 지원하는 미션을 실현해 나가고 있다.
세계적 무대에서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김아영 작가
김아영은 서울 출생(1979)으로, 최근 몇 년간 세계 유수 미술기관에서 활발히 활동해왔다. 대표적인
전시로는 모리미술관(도쿄, 2025), M+(홍콩, 2024), 뉴욕 현대미술관 MoMA(2024), HEK(바젤, 2023),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2023), Palais de Tokyo(파리, 2016), 베를린 국제영화제(2020) 등이 있으며, 샤르자 비엔날레(2023), 광주비엔날레(2018), 베니스비엔날레(2015) 등의 국제무대에도 참여했다. 그녀의 작품은 테이트 모던(런던),
리움미술관(서울), 프락 로렌(프랑스), 오사카 국립미술관 등 세계 주요 기관에 소장되어 있다.
LG 구겐하임 아트&테크 이니셔티브
이 프로그램은 기술을 예술적 매체로 삼는 창작자들을 장기적으로
지원하기 위해 LG와 구겐하임 미술관이 추진 중인 세계 최초의 대규모 협업 프로젝트다. LG는 “기술을 통해 인간의 감성과 경험을 확장해가는 김아영의 작업은 LG의 비전과 맞닿아 있다”며 “그녀의
예술이 미래의 동시대 미술의 경계를 확장해 나가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2027년까지 두 명의 수상자가 추가로 발표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