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stallation view of 《Chora》 ©Kukje Gallery

국제갤러리는 5월 10일까지 한옥과 K3에서 한국계 캐나다 작가 로터스 강(Lotus L. Kang)의 개인전 《코라(Chora)》를 개최한다.

한국에서의 첫 개인전인 이번 전시에서 작가는 유산(inheritance)의 개념을 하나의 체현된 조건으로 보고, 개인의 유산을 비단 혈통이라는 사적 서사의 맥락뿐 아니라 건축, 환경, 기억의 차원으로 확장해 탐구한다. 이에 한옥이라는 전통 건축물과 K3의 현대적 건축물을 아우르는 전시 구성을 통해 과거와 현재가 위계 없이 공존하는 공간성을 제안하고자 한다.

전시 제목은 불가리아 출신의 프랑스 철학자 줄리아 크리스테바(Julia Kristeva)가 발전시킨 ‘코라(chora)’의 개념에서 비롯되는 것으로, 이는 의미나 형상이 고정되기 이전의 원초적 공간을 가리킨다.

어머니의 자궁에 흔히 비유되는 코라는 끊임없이 변화하는, 수용적이고 운율적이며 유동적인 생성의 장(場)이다. 코라의 개념을 기반으로 공간을 해석하는 작가에게 있어 공간이란 단순히 무언가를 담는 기능으로서의 그릇이 아닌, 자양과 변형이 이루어지는 곳이 된다.


Installation view of 《Chora》 ©Kukje Gallery

이러한 전시 공간의 전역에서 작가는 온전히 견고함의 상태도, 완전히 무(無)의 상태도 아닌, 그 사이에 유예된 채 발현된 형태들에 주목한다.

전시는 한옥의 마당에서 시작된다. 실내이자 실외로서 안과 밖의 경계가 교차하는 중정은, 그 비워진 공간으로써 건축을 지탱하는 구조적 중심으로 기능한다. 작가는 이 마당을 ‘코라’로 보고, 그 ‘중간(inbetween)’ 적 상태를 능동적인 힘으로 해석한다.

한옥의 내부에서는 실리콘, 포토그램(photogram), 주물 등으로 만든 평면 콜라주 작품들이 놓여있다. 모두〈중배엽(Mesoderm)〉연작에 포함되는 작품이다. ‘중배엽’이란 배아가 근육과 뼈, 결합 조직으로 분화하기 이전의 배아 상태를 가리키는 용어로, 완성된 형상을 묘사하기보다 생성의 과정에 놓인 물질을 나타낸다. 이러한 생물학적 연상은 루미노그램(luminogram) 연작인 〈시냅스(Synapse)〉로 이어진다.


Installation view of 《Chora》 ©Kukje Gallery

K3에서는 한옥의 마당을 현대 건축 안에 번안한 〈코라 코라(Chora Chora)〉 설치작을 선보인다. 이번 전시를 통해 처음 선보이는 이 작품은 연근의 다공성 구조를 연상시키는 강철 조이스트 구조물을 기반으로 한다. 그 위에 반투명 천을 덮고, 이를 거울 바닥 위에 설치함으로써 무한히 확장되는 공간성을 부여하고 구조적 안정성에 대한 개념을 뒤흔들고자 한다. 이는 작가가 자신의 정체성을 이해하는 방식의 현현이기도 하다.

마당 뒤편에 매달린 일련의 필름 설치작 〈몰트(우드리지-뉴욕-서울-)(Molt (Woodridge-New York-Seoul-))〉 역시 시간을 기록해나간다. 분홍, 보라, 노랑의 색조를 띤 이 필름을 작가는 ‘피부’라 칭하며 내부와 외부의 경계를 다시 한번 흐린다.


Installation view of 《Chora》 ©Kukje Gallery

이 필름 연작은 뉴욕 스튜디오 및 뉴욕 북부에 위치한 작가의 온실에서 제작되는데, 작가는 필름이라는 재료를 그곳의 햇빛과 같은 그 자연환경에 노출시키는 과정을 가리켜 필름을 ‘태닝(tanning)’시킨다고 표현한다.

말 그대로 햇빛에 태울 뿐 아니라 물 자국과 곤충의 흔적 등 환경 속 여러 요소들을 흡수하는 이 과정을 통해 필름에 새로운 연쇄반응의 순환이 생김과 동시에 필름이 본래 지니고 있던 이미지 생성의 기능은 상실된다. 이 전시장 안에서도 필름은 주변 환경에 지속적으로 반응하며 작가가 구축해온 시공간의 흔적을 품고 또 축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