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공예박물관 외관과 전시모습 / 사진:서울공예박물관

서울공예박물관이 개관 5주년을 맞아 발표한 2026년 전시 계획은 공예를 단지 전통기술의 보존 대상이나 장식적 오브제로 다루는 데 머물지 않고, 서울의 역사문화 속에서 그 가치를 다시 발굴하며 세계와 소통하는 문화 언어로 확장하려는 방향을 분명히 보여준다.
 
박물관은 올해 전시 기조를 ‘K-공예의 원천 탐구와 확산’, ‘경험과 공감의 매개체로서의 공예’, ‘글로컬 공예문화 상생 허브 구축’이라는 세 축으로 제시했다. 이는 공예를 과거의 유산, 현재의 감각, 미래의 국제 협력이라는 세 층위에서 다시 배치하려는 시도라 할 수 있다.
 
이 가운데 가장 주목되는 전시는 4월 개막하는 한불 수교 140주년 기념전《오! 하이브리드》이다. 이 전시는 대한제국기의 공예를 중심으로, 개항 이후 서구와의 접촉 속에서 형성된 한국 공예의 변화를 조명하는 기획전으로 마련된다. 동시에 프랑스의 기메동양박물관, 세브르도자박물관, 파리기술공예박물관 등 주요 국립박물관과의 협력을 바탕으로 구성되며, 최근 프랑스 정부가 한불 수교 공식 기념행사로 지정한 바 있다.
 
이러한 점에서 이 전시는 단순한 박물관 기획전을 넘어, 공예를 매개로 한 국제 문화 협력 프로젝트로 이해될 필요가 있다.


1900년 파리 만국박람회에 출품된 것으로 추정되는 태극기, 프랑스 국립 기메동양박물관 소장 / 사진: 대한민국역사박물관



《오! 하이브리드》에 참가예정인 청화백자 / 사진: 세브르 국립도자박물관

《오! 하이브리드》가 갖는 중요성은 ‘하이브리드’라는 전시 개념 자체에 있다. 이 전시는 한국 공예를 순수한 전통의 계승이나 고정된 민족적 정체성으로 설명하기보다, 외부 세계와의 접촉과 교류 속에서 변화하고 재구성된 복합적 형식으로 바라본다.


파리 만국박람회 대한제국관을 소개한 프랑스 주간지 / 사진: 대한민국역사박물관

특히 1889년과 1900년 파리 만국박람회에 출품되었던 대한제국 공예품이 다시 소환되는 맥락은, 공예를 단순한 미적 대상이 아니라 근대적 국제 교류의 물질적 기록으로 읽게 만든다. 다시 말해, 이 전시는 공예를 ‘한국적인 것’의 정태적 표본으로 제시하는 것이 아니라, 세계와의 접속 과정 속에서 끊임없이 혼합되고 번역되어온 결과로 제시한다.
 
이러한 관점은 오늘날 공예의 기능과 위상을 다시 생각하게 한다. 공예는 더 이상 특정 재료와 기술 중심의 독립 장르에 머무르지 않는다. 그것은 역사와 외교, 디자인과 박물관 제도, 전통과 현대를 매개하는 구조로 작동한다.


《오! 하이브리드》전, 기메 박물관 서랍장 / 사진: 프랑스 국립 기메동양박물관

서울공예박물관이 한불 수교 140주년이라는 외교적 계기와 대한제국 공예라는 역사적 자원을 연결해낸 방식은, 공예가 문화사적 연구의 대상이면서 동시에 국제 협력의 언어가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바로 이 지점에서《오! 하이브리드》는 과거를 회고하는 전시에 그치지 않고, 향후 공예가 어떤 방식으로 국제적 담론과 제도 안에서 기능할 수 있는지를 제시하는 사례가 된다.
 
서울공예박물관의 올해 전시 방향 전체 속에서도 이 전시는 중요한 중심축을 이룬다. 박물관은 한불 기념전을 통해 서울의 역사문화 속 공예 자원을 발굴하는 한편, 8월에는 제2회 서울시 유리지공예상 전시를 통해 동시대 공예의 경쟁력 있는 작품을 소개할 예정이다.
 
또한 현대공예 1세대 도예가 권순형과 텍스타일 디자이너 장응복을 조명하는 기증특별전, 39세 이하 젊은 공예작가들의 작업을 선보이는 시민소통 공예프로그램 전시 등을 통해 공예를 경험과 정서의 매개체로 확장해 나갈 계획이다.


2023년 개최된 공예 기획전《나전장의 도안실-그림으로 보는 나전》전시 전경 / 사진: 서울공예박물관

여기에 더해 2023년 선보였던《나전장의 도안실》이 일본 순회전으로 이어지는 점은, 서울공예박물관이 단지 지역 박물관이 아니라 공예의 국제적 유통과 확산을 실질적으로 추진하는 플랫폼으로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러한 전개는 공예를 둘러싼 제도적 인식 변화와도 연결된다. 공예는 오랫동안 미술 제도 안에서 순수미술에 비해 주변적인 영역으로 분류되거나, 전통문화의 보존 차원에서 우선 이해되어 왔다. 그러나 최근의 흐름은 공예를 동시대의 감각과 산업, 디자인, 도시문화, 국제교류와 연결되는 복합적 영역으로 재정의하고 있다.
 
서울공예박물관이 지난해 55만 명 이상의 관람객과 94% 이상의 평균 만족도를 기록했다는 점 역시, 공예가 더 이상 특정 취향층의 제한된 장르가 아니라 보다 넓은 대중성과 공공성을 획득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지표로 읽힌다. 결국 2026년 서울공예박물관의 전시 계획은 공예를 과거의 유산으로 고정하는 대신, 오늘의 감각과 내일의 국제 협력 속에서 다시 움직이게 하려는 시도라 할 수 있다.
 
그중에서도《오! 하이브리드》는 한불 수교 140주년이라는 외교적 상징성을 넘어, 공예를 통해 한국 근대의 국제적 접촉면을 새롭게 읽고, 동시에 향후 국제 협력 프로젝트의 방향을 제시하는 전시라는 점에서 각별한 의미를 갖는다.
 
공예는 이 전시를 통해 더 이상 전통의 내부에만 머무는 장르가 아니라, 세계와 관계를 맺고 역사와 현재를 연결하는 문화적 언어로 재편되고 있다.
 
 
 
전시 정보

전시명:《오! 하이브리드》
성격: 한불 수교 140주년 기념전
기간: 2026년 4월 28일–7월 26일
장소: 서울공예박물관
협력: 기메동양박물관, 세브르도자박물관, 파리기술공예박물관 등
내용: 대한제국기 공예와 한불 문화 교류, 근대기 공예의 혼종적 형성과 전개를 조명하는 기획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