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stallation view of 《HEP》 ©GALLERY2

갤러리2는 손동현의 개인전 《헵(HEP)》를 4월 18일까지 개최한다.

손동현은 동시대 시각문화의 기호를 전통 회화 양식과 결합하며 한국화의 확장을 집요하게 모색해 왔다. 이번 개인전 《헵》은 그간의 작업적 관성을 가로질러 형식과 매체의 유연한 전환을 꾀한다.


Installation view of 《HEP》 ©GALLERY2

그는 완결성이나 일관성이라는 도식에서 벗어나, 재즈 연주자의 추임새처럼 기존 선율에 개입해 리듬의 변주를 이끄는 돌발적 호출을 감행한다. 다보격의 진열 양식, 십장생의 상징, 구름의 주변성 등 전통의 질서를 차용하되, 그 내부를 점유하는 것은 작가의 주변에서 포착된 사물과 기호, 파편들이다.

여기서 고전적 형식은 정형화된 프레임으로 작동하며 그 전형성을 획득함으로써, 내부의 이질적이고 공시적인 것들을 과거의 질서와 충돌시킨다. 이는 전통과 대중문화의 단순한 병치를 넘어, 전통 회화의 구조를 오늘의 소재 위에 이식해 그 유래와 맥락을 형식적, 매체적 변주로 추동하는 전략이다.


Installation view of 《HEP》 ©GALLERY2

결국 《헵》은 부유하는 파편들을 특정 좌표에 세워두고 그들이 맺는 관계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타진하며, 형식과 매체의 견고함을 무너뜨린 자율성을 탐구해 가는 실천이라고 할 수 있다. 여기서 ‘헵!’ 하듯 전시를 가로지르는 불연속적인 신호들은, 지시적 의미를 의도적으로 결여시키고 즉흥적 리듬을 순간적으로 환기한다.

이로써 《헵》에 놓인 사물과 형식들은 고착된 정의를 고수하기보다, 짧은 헵(hep)을 던지는 합(合)이 되어 일시적이고 잠정적인 상태를 가동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