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장수 아트페어인 ‘화랑미술제’가 지난해에 이어 두 번째로 수원에서 개최되며, 경기 남부권 미술 시장의 잠재력을 다시 한 번 입증했다. 지난 6월 26일부터 29일까지 수원컨벤션센터(SCC)에서 열린 ‘2025 화랑미술제 in 수원’은 총 3만 3천여 명의 관람객을 기록하며 성황리에 막을 내렸다. 이는 전년 대비 10% 이상 증가한 수치로, 수원이 현대미술 유통의 신흥 거점으로 자리매김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뚜렷한 신호다.

올해 행사는 한국화랑협회 소속 국내 정상급 갤러리 104곳과 600여 명의 작가가 참여해 신진부터 원로 작가에 이르기까지 폭넓은 스펙트럼의 현대미술을 선보였다. 이머징 작가로는 윤위동, 신지아, 오유빈, 정수영, 제니박 등이 주목을 받았고, 중견 및 블루칩 작가로는 채성필, 이강소, 곽훈 등의 작품이 꾸준한 인기를 끌었다.
 
특히 젊은 가족 단위 관람객의 유입이 두드러졌으며, 미술 소비에 눈을 뜬 광교신도시의 신규 컬렉터들이 중저가 작품을 중심으로 적극적인 구매에 나서는 모습이 눈길을 끌었다. 이는 미술 시장의 진입 장벽을 낮춘 전속 작가 중심 출품과 합리적인 가격 정책, 다양한 관람객층을 아우른 프로그램 기획의 효과로 분석된다.

VIP 및 프레스 프리뷰가 열린 개막일에는 무려 4,700여 명이 현장을 찾았고, 이어진 나흘간의 행사 기간 동안 도슨트 투어, 아트토크, 키즈 프로그램 등 다채로운 부대행사가 이어지며 관람객의 체류 시간을 대폭 늘렸다. 아트살롱 오그림과의 협업으로 진행된 도슨트 프로그램은 매 회차 조기 마감됐고, ‘아트페어 탐구생활’, ‘컬렉팅 세금상식’, ‘초보 컬렉터를 위한 트렌드 가이드’ 등 실용적인 주제를 다룬 토크 라운지는 전 좌석 매진은 물론 외부 대기자까지 생길 정도로 뜨거운 반응을 얻었다.
 
야외 행사 또한 미술 향유 방식을 확장하는 데 크게 기여했다. ‘갤러리스 나잇’, 재즈 공연 ‘레이크 바이브’, 와인 페스티벌 등은 문화예술과 일상적 즐거움의 접점을 만들어냈으며, 반려동물 동반 관람객을 위한 ‘펫모차 서비스’는 미술관람의 접근성을 더욱 높였다.
 
지역 연계 프로그램도 돋보였다. 수원문화재단이 함께 기획한 《수문장: 당신의 풍경, 당신의 취향》 특별전은 지역 작가들이 갤러리스트 및 대중과 소통할 수 있는 장을 마련했고, 어린이들이 달항아리를 직접 만들어보는 체험 프로그램 ‘그림아 놀자’는 가족 단위 관람객의 발길을 끌었다.
 
이번 행사는 단기적인 흥행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화랑미술제 사무국은 “단순한 전시·판매를 넘어, 수원을 중심으로 한 새로운 미술 소비자층의 유입과 지역 문화 생태계의 확장을 이끌어냈다”고 평가했다. 또한 “젊은 컬렉터들의 활발한 참여가 고가 작품보다 대중성과 실용성을 갖춘 작품 중심의 거래로 이어졌으며, 이는 경기 남부권 미술 유통 생태계의 실질적 기반 형성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밝혔다.
 
한국화랑협회 이성훈 회장 역시 “수원이 수도권 남부 문화 중심지로 부상하고 있으며, 이번 행사는 현대미술을 보다 가깝고 일상적인 문화로 향유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계기였다”고 전했다.
 
‘2025 화랑미술제 in 수원’은 서울 중심의 미술시장을 지역으로 확장시키는 모델을 구체화하며, 아트페어의 새로운 방향성을 제시했다. 향후 이 행사가 경기 남부뿐만 아니라 전국 지역 미술시장 활성화를 위한 전략적 거점으로 성장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