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코리아 아트마켓 포럼은 9월 30일 광화문 아트코리아랩에서 파라다이스문화재단과 서울대학교 경영연구소 주관으로 열렸다. 올해 포럼은 키아프·프리즈 협업
5년을 계기로 한국 갤러리 지형, 아트페어와 도시, 영아티스트를
차례로 다뤘다. 개회사는 김상훈 서울대학교 경영대학 교수가 맡았다.
‘Korea Art
Market’이라는 이름으로 한국 미술시장의 현재와 미래를 논하는 자리에는
어떤 기준과 방법론이 필요한가. 이 글은 그 기준에서 세 세션이 무엇을 보여줬고 무엇을 놓쳤는지를 검토한다. 검토의 범위는 이날 현장에서 제시된 발표와 토론이며, 연례 보고서
전체에 대한 평가는 구분한다.
Korea Art Market은 왜 시작됐는가
이 프로젝트의 출발 취지는 분명했고, 지금도 중요하다. 파라다이스문화재단과 서울대학교 경영연구소는 2022년 《Korea Art Market 2022》를 처음 발간했다.
당시 공식 소개는 한국 미술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국제적
관심이 높아졌지만, 한국의 갤러리·아트페어·경매·컬렉터·작가와 전시
동향을 해외 독자에게 체계적으로 설명하는 영문 시장보고서가 없었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했다고 밝힌다.
첫 보고서는 서울대학교 경영연구소가 발간하고 파라다이스문화재단이
후원했으며, 예술경영지원센터가 번역을 지원했다.
김상훈 교수 역시 2023년
인터뷰에서 아트넷이나 아트바젤의 리포트처럼 한국 미술을 세계에 알리는 자료를 만들겠다는 취지로 창간했다고 설명했다. 2025년 인터뷰에서는 K-팝과
K-드라마에 비해 시각예술과 공연예술은 산업화와 세계화를 위해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Korea Art Market은 한국 미술시장을 국제 미술계가 이해할 수 있는 언어와 정보로 설명하는 지식 인프라를 지향해 온 프로젝트라고
볼 수 있다.
이후 보고서는 2023년, 2024년, 2025년까지 매년 이어졌다. 파라다이스문화재단의 공식 자료는 2025년판까지도 이 시리즈를 글로벌
독자를 대상으로 하는 영문 리포트로 소개한다. 실제 보고서와 국내 연계 콘텐츠에서는 국문 병기와 한국어
요약·해설도 제공되어 국내 독자의 접근성이 넓어졌다.
다만 국문 콘텐츠가 확인되는 시점과 별도 국문판의 발간 여부는
구분할 필요가 있다. ‘2025년부터 국문판이 시작됐다’는
설명에는 발간 기록에 대한 추가 확인이 필요하다.
해외에 한국 미술시장을 제대로 설명하기 위해 시작한 프로젝트라면, 정의·데이터·방법론의
기준부터 엄격해야 한다.
‘2.5조 원 시장’이라는 전망은 무엇을 근거로 하는가
김상훈 교수의 개회사에서 필자가 현장에서 들은 표현 가운데
하나는 향후 한국 미술시장의 ‘2.5조 원’ 가능성이었다. 김 교수는 2025년 인터뷰에서도 한국은 GDP 대비 미술품 판매 비율이 낮아 두 배 이상 성장할 잠재력이 있다고 설명한 바 있다.
한국 미술시장의 성장 가능성을 제시할 수는 있다. 그러나 2.5조 원처럼 구체적인 수치를 제시한다면 그 숫자가 무엇을
포함하는지, 현재 시장규모는 얼마인지, 어느 시점까지 어떤
성장률과 동인으로 도달한다는 것인지가 함께 설명되어야 한다. 필자가 들은 현장 개회사에서는 이 수치의
시장 범위·기준연도·목표연도·산출방식이 구체적으로 제시되지 않았다.
미술시장 규모는 갤러리 1차시장과
경매 2차시장을 어떻게 집계하는지, 아트페어 거래의 중복을
어떻게 처리하는지, 해외에서 거래된 한국 작가 작품과 관련 서비스 산업을 포함하는지에 따라 달라진다.
‘두 배 성장 가능성’에서 ‘2.5조 원 전망’으로 나아가려면 기준시장 규모, 비교국, GDP 대비 비율, 성장기간과
가정이 공개되어야 한다. 이러한 설명이 있어야 독자는 그 숫자가 분석에서 도출된 전망인지, 향후 달성하고자 하는 목표인지 판단할 수 있다.
먼저 필요한 것은 시장분석의 기준이다
한국 미술시장을 분석하는 자리라면 적어도 다섯 가지 기준이
필요하다.
첫째는 정의와
분류다. 무엇을 시장으로 보고, 갤러리·아트페어·작가를
어떤 공통 기준으로 분류하는지 밝혀야 한다.
둘째는 데이터와
조사방법이다. 표본, 출처, 조사방법, 기준연도와
비교 가능한 시계열을 제시해야 한다.
셋째는 구조와
이동이다. 시장 진입과 성장, 정착과 퇴출을 비롯해 매출·비용·점유율·가격대가 어떻게 변화하는지 추적해야 한다.
넷째는 원인과
결과다. 관찰된 변화가 왜 발생했고
거래·수익성·작가의 활동 조건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설명해야
한다.
다섯째는 국제화의
측정이다. 해외 행사 참여, 해외시장 진입, 지속 거래, 현지
고객과 유통망 구축을 구분해야 한다.
이 프로젝트는 2022년부터
연례 보고서를 축적해 왔다. 2024년 보고서에서 주연화는 국내에서 활동하는 한국·해외 주요 갤러리 17곳을 설문했고,
2025년에는 26개 주요 갤러리의 응답을 바탕으로 매출,
비용 절감, 아트페어 참가, 전속작가 등의 지표를
조사했다. 그렇다면 2026년 ‘지난 5년’을 말하는
자리에서는 그동안 축적한 데이터를 비교 가능한 지표로 정리해 변화의 궤적을 보여주는 작업이 우선되어야 한다.
조사 대상과 질문이 연도별로 달랐다면, 비교 가능한 항목과 비교하기 어려운 항목을 구분하고 그 한계를 설명할 수 있다. 지난 5년을 분석하려면 시간에 따른 변화를 측정하는 기준부터 마련해야
한다.
1.
주연화 — 「한국
갤러리 지형의 변화: 키아프·프리즈 협업 5년을 돌아보며」
눈에 띄는 사례는 있었지만, 갤러리 산업의
구조는 보이지 않았다

주연화 발표 자료의 ‘국내 갤러리의 세 유형’. 메이저·젊은·중견 갤러리로 구분해 사례를 제시했다.
주연화 홍익대학교 문화예술경영대학원 교수는 메이저·젊은·중견 갤러리, 한국
갤러리의 해외 아트페어 참여, 해외 갤러리의 서울 진입, 해외
미술계 관계자의 서울 방문 증가 등을 통해 최근의 변화를 설명했다. 각각은 관찰할 만한 현상이다. 갤러리 산업을 분석하려면 이러한 현상들이 어떤 관계를 맺고 시장의 구조를 어떻게 바꾸었는지까지 설명해야 한다.
이 프로젝트에는 이미 분석에 활용할 수 있는 축적이 있다. 2024년 주연화의 갤러리 보고서는 대표 갤러리 5곳, 한국에 진출한 해외 갤러리 2곳,
중간 규모 갤러리 7곳, 10년 미만 갤러리 3곳 등 총 17곳을 조사했다.
2025년에는 35개 갤러리에 설문을 보내 26개 응답을 바탕으로 매출·가격·거래량·아트페어 참가·비용 절감·전속작가·구매자 변화 등을 분석했다. 이러한 축적자료를 통해 시장의 이동을
보여주는 작업이 기대됐다.
우선 갤러리 분류의 기준이 서로 다르다. ‘젊은’은 주로 업력의 개념이고,
‘메이저’는 규모와 영향력, ‘중견’은 업력·규모·인지도가
혼합된 표현이다. 동일한 변수로 나눈 범주가 아니므로 세 집단의 성장과 쇠퇴를 비교하기 어렵다. 시장분석이라면 업력, 매출규모, 종사자
수, 전속작가 수, 평균 가격대, 국내외 매출 비중, 아트페어 의존도 등 공통 변수를 먼저 설정해야
한다.
중견 갤러리의 역할과 ‘성장 사다리’가 빠졌다
더 중요한 문제는 세 유형을 나눈 뒤 각 층위가 시장에서
어떤 기능을 하고 어떻게 이동하는지에 대한 분석이 충분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파운드리 서울, 휘슬 등 비교적 젊은 갤러리가 새로운 프로그램과 국제 네트워크를 통해 가시성을 확보하는 현상을 보여줬다면, 중견 갤러리의 상황과 그 차이를 만드는 조건도 함께 살펴봤어야 한다.
신생 갤러리가 작가를 발굴하고 실험적인 프로그램을 만드는
역할을 한다면, 중견 갤러리는 작가와 프로그램을 장기간 성장시키고 기관·컬렉터·해외시장으로 연결하는 시장의 허리 역할을 할 수 있다. 중간층이 약해지고 시장이 소수 대형 갤러리와 계속 등장하는 신생 갤러리로 양극화된다면, 작가의 성장과 유통을 이어주는 산업구조에도 문제가 생긴다.
한국 시장에는 신생 갤러리가 규모와 활동 범위를 넓히거나, 고유한 전문성을 유지하며 지속할 수 있는 성장 경로가 마련되어 있는가. 그
경로가 막힌다면 어디에서 어떤 조건이 작용하는가.
이 질문에 답하려면 신생 갤러리의 5년·10년 생존율, 중견
갤러리의 매출과 비용구조, 전속작가 이동, 아트페어 참가비와
해외진출 비용, 고객층 확대 여부를 추적해야 한다. 자료가
없다면 그 데이터의 부재 자체를 한국 미술시장의 과제로 제기할 수 있다. 전문 포럼은 아직 답하기 어려운
문제에 대해서도 무엇을 조사하고 측정해야 하는지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메이저 갤러리의 역사와 역할을 설명한 발표 자료. 개별 사례를 넘어 시장집중도와 층위 간 이동을 함께 봐야 한다.
진입만 있고 정착과 퇴출이 없다
해외 갤러리의 서울 진입을 국제화의 징후로 제시했다면, 어떤 갤러리가 정착했고 어떤 갤러리가 철수했는지까지 봐야 한다. 신규
진입, 정착, 성장, 퇴출을
함께 추적해야 서울시장의 지속가능성을 읽을 수 있다.
해외 갤러리가 서울에 지점을 열었다는 사실은 한국 시장에
대한 국제적 관심을 보여주는 지표일 수 있다. 한국 갤러리 산업의 국제 경쟁력이 어떻게 달라졌는지는
별도의 자료로 확인해야 한다. 해외 갤러리가 철수한 경우에도 임대료,
고객기반, 거래규모, 프로그램 운영비 등 어떤
요인이 작동했는지 분석할 필요가 있다.

서울을 찾은 해외 미술계 관계자 수의 증가를 제시한 발표 자료. 숫자의 증가가 거래·소장·지속 네트워크로 어떻게 전환됐는지가 다음 분석이어야 한다.
‘참여’와 ‘진출’, ‘서울의 국제화’와 ‘한국
갤러리의 국제화’는 다르다
한국 갤러리의 해외 아트페어 참가를 ‘진출’의 역사로 설명할 때도 용어를 엄밀히 구분할 필요가 있다. 해외 행사 참여, 해외시장 진입,
지속적인 해외 거래, 현지 고객과 유통망을 기반으로 한 정착은 서로 다른 단계다.
프리즈 서울 개최, 해외
메가갤러리의 서울 진입, 해외 관계자의 방문 증가는 서울이라는 시장의 국제적 연결성이 높아졌다는 증거다. 한국 갤러리의 해외 매출과 고객이 늘었는지, 해외 아트페어 참가가
몇 년간 지속되는지, 한국 작가를 대표하는 해외 갤러리와 작품을 소장하는 해외 기관이 증가했는지는 별도로
측정해야 한다.
주연화 발표에서는 갤러리와 미술시장에 대한 전문적 분석의
틀이 충분히 제시되지 않았다. 눈에 띄는 몇몇 상황이 지난 5년간의
변화를 설명했지만, 그 변화의 규모와 원인, 산업 전체에
미친 영향은 구체적으로 드러나지 않았다.
2. 이장욱 — 「이벤트에서 생태계로: 한국의 아트페어는 어떻게 도시를 바꾸었나?」
데이터는 있었지만, 가장 중요한 데이터에서 분석이 멈췄다

이장욱 발표의 시작 화면. 아트페어를 도시와 생태계의 관점에서 해석했다.
이장욱 스페이스K 수석큐레이터는
프리즈 서울을 중심으로 아트페어가 도시의 문화환경과 관람객 행동을 어떻게 바꾸었는지를 설명했다. 프리즈를
기존 변화의 가속기로 보고 아트페어의 영향을 생태계 차원에서 해석한 시각은 검토할 가치가 있다. 문제는
그 가설을 입증하는 시장분석이 충분히 뒤따르지 않았다는 점이다.

2022년 프리즈 서울 전후를 네트워크로 표현한 자료. 노드·연결의 정의와 측정방법이 제시돼야 실증 분석이 된다.
2022년 전후를 점과 선으로 표현한 네트워크 도식은 변화의 이미지를 직관적으로 전달했다. 그 도식을 분석자료로 읽으려면 어떤 주체를 노드로 잡았는지, 연결은
거래인지 협업인지 방문인지, 데이터는 어떤 기간과 출처에서 수집했는지가 제시되어야 한다.

팬데믹 이후 아트페어와 영화관 관람 회복을 비교한 자료.
아트페어 관람 회복을 영화관과 비교한 도표도 현상을 살펴보는
출발점은 될 수 있다. 그러나 두 시장은 가격, 방문 목적, 소비빈도, 공급구조가 크게 다르다.
회복지수의 차이만으로 미술시장의 구조적 성장을 설명하기 어렵다. 왜 관람이 빠르게 회복됐는지, 그리고 그 관람이 구매로 이어졌는지가 다음 질문이어야 한다.

2022-2024년: 관람객과 아트페어 수는 증가했지만 작품 판매금액 추정치는 감소했다.
행사는 늘었고 관람객도 늘었는데 판매금액은 줄었다
발표에서 가장 중요한 수치는 관람객과 행사 수의 증가, 판매금액의 감소가 동시에 나타난 대목이었다.

수치는 필자가 현장에서 촬영한 발표자료 기준.
사람과 행사는 늘었는데 거래금액은 줄었다. 그렇다면 지난 몇 년 동안 확대된 관람과 행사 규모는 미술품 거래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가.
여기서부터 공급 과잉,
2022년 호황의 기저효과, 금리와 자산시장 변화, 구매력의
상위 페어·갤러리 집중, 신규 관람객과 실제 구매자의 차이, 평균 거래가격 하락 등을 분석해야 한다. 각각은 검증해야 할 가능성이다.
이 불일치는 한국 아트페어 산업의 핵심 구조를 보여줄 수
있는 데이터였지만, 발표는 원인과 결과를 충분히 파고들지 않은 채 문화적·도시적 서사로 이동했다.

갤러리 설문: 아트페어의 판매채널 중요도와 판매가격 하락·운영비 증가가 동시에 나타난다.

발표는 이를 ‘버릴 수 없는, 그러나 무거운 무대’라는 갤러리의 딜레마로 정리했다.
갤러리 설문도 중요한 구조적 신호를 담고 있었다. 응답자의 92.3%가 아트페어를 주요 판매채널로 인식하는 한편, 61.5%는 평균 작품 판매가격 하락, 53.8%는 운영비 증가를
경험했다고 답했다. 판매가격은 하락하고 비용은 상승하는데 판매채널은 아트페어에 의존한다면, 이 구조가 지속 가능한지 분석해야 한다.
다만 주요 갤러리를 대상으로 한 설문 결과를 전체 갤러리의
상황으로 일반화하려면 표본의 구성과 대표성을 검토해야 한다. 또한 각 응답 비율만으로 동일한 갤러리가
세 조건을 모두 경험했다고 판단할 수는 없다.
페어별 참가비·운송비·인력비 대비 매출과 신규 고객 확보 효과, 대형·중견·신생 갤러리별 손익 차이, 참가
횟수와 수익성의 관계를 봐야 한다. 그래야 아트페어가 갤러리의 성장과 수익에 얼마나 기여하는지, 참가 비용과 경쟁 부담이 어느 수준인지 판단할 수 있다.
관람의 확대와 거래의
변화를 연결해야 한다

관객을 ‘구매자에서 아트슈머로’ 설명한 자료.
‘아트슈머’라는 관람객 모델 역시 가설로서는
흥미롭다. 시장분석으로 이어지려면 방문객 중 구매자 전환율, 첫
구매 이후 반복구매율, 객단가와 구매빈도 같은 지표가 필요하다. 관람객이
크게 늘어나는 동안 판매액이 감소했다면, 아트페어의 문화행사 기능과 거래 기능이 각각 어떻게 변화하는지
검증해야 한다.

아트페어가 도시의 문화 일정과 산업을 연결한다는 ‘도시 시간표’ 개념.

서울은 ‘밀도(Density)’, 부산은 ‘체류(Stay)’로 구분한 로컬리티 모델.
서울의 ‘밀도’, 부산의 ‘체류’ 같은
개념은 도시문화나 관광의 틀로 이해할 수 있다. 미술시장 모델로 설명하려면 체류기간, 외지·해외 방문객 비중, 구매
전환율, 지역 갤러리·작가에게 귀속되는 매출, 호텔·식음료 소비와 미술품 거래의 관계를 확인해야 한다. 관광효과와 미술시장 거래는 각각의 지표로 측정하고, 두 영역이 어떻게
연결되는지 살펴봐야 한다.
중요한 숫자가 등장한 뒤부터가 시장분석의 시작이다. 그 숫자의 원인과 의미, 다른 지표와의 관계를 해석해야 한다.
3. 이지현 모더레이터 — 「영아티스트와의 대화」
김진희·오묘초·이희준: 세 작가의 사례가 시장 전체의 무엇을 설명하는가

마지막 세션 ‘영아티스트와의 대화’. 김진희·오묘초·이희준 작가가 참여하고 이지현이 모더레이터를 맡았다.
마지막 세션은 이지현 널위한문화예술 공동대표의 진행으로 김진희·오묘초·이희준 작가가 자신의 작업과 활동 경험을 이야기하는 형식이었다. 작가의 목소리를 직접 듣는 프로그램 자체에는
의미가 있다. 한국 미술시장의 연간 흐름과 지난 5년의 변화를
논하는 포럼 안에 배치됐다면, 왜 이 세 작가인지, 이들의
사례가 한국 작가 시장의 어떤 구조적 변화를 보여주는지가 먼저 설명되어야 한다.
작가는 미술시장의 핵심 생산 주체다. 지난 5년간 젊은 작가의 시장 진입 수, 평균 가격대와 거래량, 갤러리 전속과 이동, 해외 판매와 해외 갤러리 진입, 기관 전시·소장, 첫 시장 진입 이후 활동 지속률 등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그 전체 구조 속에서 세 작가를 서로 다른 경로의 사례로
연결했다면 질적 사례연구가 된다. 이때 작업의 매체와 유통 방식에 따라 적용 가능한 지표를 구분하고, 거래액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활동 조건도 함께 살펴야 한다.
‘영아티스트’가 연령을 뜻하는지, 데뷔 이후 활동기간을 뜻하는지, 시장에 새롭게 진입한 작가를 뜻하는지도
정의할 필요가 있다. ‘주목받는 작가’라면 무엇을 기준으로
주목받는지도 설명해야 한다.
세 작가의 경험을 시장분석으로 연결하려면 선정 기준과 사례의
의미가 제시되어야 한다. 이들의 활동을 통해 한국 작가 시장 전체의 어떤 조건과 변화를 읽을 수 있는지가
충분히 설명되지 않았다.
4. 세 세션이 공통으로 놓친 것
세 세션은 서로 다른 대상을 다뤘지만 한계는 한 지점에서
만났다. 갤러리는 유형과 사례로, 아트페어는 통계와 문화현상으로, 작가는 세 명의 개별 경험으로 제시됐다. 그러나 이 세 요소를 하나의
시장구조로 연결하는 분석이 충분하지 않았다.
갤러리에서는 시장 층위별 역할, 성장과 정체, 퇴출, 수익구조와
국제화의 결과를 살펴봐야 했다. 아트페어에서는 판매 감소의 원인, 페어
의존도와 수익성, 행사 확대와 거래 변화의 관계가 핵심이었다. 작가에서는
선정 기준과 함께 시장 진입, 가격, 갤러리 대표, 기관 소장, 활동 지속성의 전체 흐름이 필요했다.
한국 미술시장을 분석한다는 것은 누가 무엇을 생산하고, 누가 유통하고, 누가 구매하며, 가격이
어떻게 형성되고, 자본과 영향력이 어디로 이동하는지를 밝히는 일이다.
‘지난 5년’을 말한다면 이 구조가 시간에 따라
어떻게 달라졌는지를 보여줘야 한다.
5. Korea Art Market 은 분석의 틀부터 다시 설계해야 한다
포럼을 기획하고 구성한 주체 역시 분석의 기준과 수준을 검토할
책임이 있다. 왜 이런 구성과 분석 수준이 ‘Korea Art
Market Forum’이라는 이름 아래 최종 프로그램으로 제시됐는가.
이 프로젝트는 2022년부터
한국 미술시장을 해외에 객관적으로 설명하고 한국 시각예술의 국제화에 기여하겠다는 목적을 분명히 해왔다. 그렇다면 2026년에는 축적된 사례와 조사자료를 표준화된 장기 데이터와 구조분석으로 연결하는 작업이 포럼에서도 제시되어야
했다. 글로벌 독자를 상정한 보고서일수록 외부에서도 검증 가능한 정의와 방법론을 제시해야 한다.
필요한 것은 공통된 정의와 분류체계, 동일한 지표의 시계열 데이터, 원자료와 조사방법의 투명성, 그리고 분야별 데이터를 연결하는 분석모델이다. 갤러리·아트페어·경매·작가·컬렉터를 거래와 이동의 관계망으로 연결해야 한다.
갤러리에서는 규모·업력·매출·전속작가·가격대·해외매출·생존율을 표준화해 각 층위의 이동과 시장집중도를 추적해야
한다.
아트페어에서는 관람객 수,
거래액, 평균가격, 구매자 전환율, 갤러리 손익, 신규 고객 확보, 지역경제
효과를 각각 측정하고 그 관계를 분석해야 한다.
작가에서는 시장 진입, 갤러리
대표, 가격 변화, 국내외 거래, 기관 전시·소장, 경력의
지속성을 시장 진입 시기별 집단으로 나누어 추적해야 한다.
국제화에서는 해외 행사 참가, 해외시장 진입, 지속 거래, 현지
네트워크와 매출, 해외 기관 소장을 서로 다른 단계로 측정해야 한다.
한국 미술시장이 국제화를 이야기할 단계에 들어섰다면, 시장을 조사하고 설명하는 방식 역시 국제적 수준으로 전문화되어야 한다.
2026 코리아 아트마켓 포럼을 보며 남은 가장 큰 질문은 우리가 한국 미술시장을 얼마나 정확한
개념과 데이터, 분석방법으로 이해하고 있는가였다. 시장의
수준을 높이려면 먼저 시장을 바라보는 기준과 분석의 수준부터 높여야 한다.
김종호는 홍익대 예술학과 졸업 및 동대학원에서 예술기획을 전공하였다. 1996-2006년까지 갤러리서미 큐레이터, 카이스갤러리 기획실장, 아트센터나비 학예연구팀장, 갤러리현대 디렉터, 가나뉴욕 큐레이터로 일하였고, 2008-2017까지 두산갤러리 서울 & 뉴욕, 두산레지던시 뉴욕의 총괄 디렉터로서 뉴욕에서 일하며 한국 동시대 작가들을 현지에 소개하였다.
2017년 귀국 후 아트 컨설턴트로서 미술교육과 컬렉션 컨설팅 및 각 종 아트 프로젝트를 진행하였으며 2021년 에이프로젝트 컴퍼니 설립 후 한국 동시대 미술의 세계진출을 위한 플랫폼 K-ARTNOW.COM과 K-ARTIST.COM 을 운영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