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stallation view of 《Before It Becomes a Scene》 © PKM Gallery

PKM 갤러리는 개인의 경험과 기억을 바탕으로 독창적인 작품 세계를 구축해 온 작가 이근민의 개인전 《장면이 되기 전》을 7월 25일까지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이근민의 PKM 갤러리 첫 개인전이자, 그가 2023년부터 제작해 온 미발표 작업들을 집약하여 선보이는 자리다. 약 3미터 높이의 대형 회화를 포함한 페인팅 작업과 드로잉 연작 등 23점의 신작이 국내 최초로 공개된다.


Installation view of 《Before It Becomes a Scene》 © PKM Gallery

이근민은 25년 전 경계성 인격장애라는 병명을 부여받고 입원 생활을 하던 당시 두 가지 경험을 하였다. 하나는 진단의 권력이고, 다른 하나는 환각의 경험이다. 그는 문명사회가 효율성을 위해 규정한 질병 코드가 인간 본연의 모양을 재단하고 분류하는 방식에서 폭력을 느꼈다.

동시에 이름 없는 존재들, 예컨대 파편화된 인체, 생물체였던 무언가, 날것, 상처 등이 출몰하는 환각을 보았다. 그는 이러한 고통의 경험과 아픈 기억을 외면하지 않고 작업의 출발점으로 삼으며, 사회 시스템이 정상이 아니라는 이유로 배제해 온 존재들을 화면 위로 기꺼이 소환한다.


Installation view of 《Before It Becomes a Scene》 © PKM Gallery

이번 개인전 《장면이 되기 전》은 이근민이 포착한 한 꺼풀 걷힌 인간의 진풍경을 생생하게 보여준다. 여기서 ‘장면 (Scene)’이란 일련의 의도나 설정이 개입된 상황을 뜻한다. 작가는 그와 같이 설정되기 이전의 상태, 즉 자신이 겪은 환시와 환후가 의학적, 사회적으로 병의 증상이라는 이름표를 달기 이전의 모습을 그려 낸다.

이근민의 회화에 등장하는 근육과 장기, 혈흔의 형상은 개인의 경험에서 출발하지만, 결국 나와 너, 장애와 비장애의 경계를 막론하고 누구나 가지고 있고 누구도 제어할 수 없는 진실이기도 하다. 그가 주로 사용하는 붉고 따뜻한 색조는 피나 살을 탐닉하는 작가의 직관적인 본능인 동시에, 인간과 생명에 대한 가장 숨김없는 메타포이다.

사회가 정한 규격에 맞춰지기 전, 우리 존재 자체를 있는 그대로 느끼게 하는 이번 전시는 관람객으로 하여금 진정한 자유와 카타르시스를 마주하게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