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스앤젤레스 현대미술관(MOCA)은 2026년 2월 24일부터 8월 2일까지 양혜규의 개인전《Star-Crossed Rendezvous》를 개최하고 있다. 이번 프로젝트는 단순한 미술관 전시가 아니라 MOCA와 LA Philharmonic의 공동 기획으로 진행되었으며, 한국 출신 작곡가 윤이상(1917–1995)의 음악과 양혜규의 설치작업을 연결하는 독특한 형식으로 구성되었다.


《양혜규: Star-Crossed Rendezvous》전시 전경, MOCA 그랜드 애비뉴. / 제공: 로스앤젤레스 현대미술관(MOCA). 사진: Zak Kelley.

전시는 두 개의 축으로 전개된다. 하나는 MOCA에서 선보이는 대형 설치작품〈Star-Crossed Rendezvous after Yun〉(2024)의 미국 초연이고, 다른 하나는 2026년 3월 10일 월트 디즈니 콘서트홀에서 열린 LA Philharmonic의 윤이상〈Double Concerto〉(1977) 특별 공연이다. 시각예술과 현대음악이 하나의 프로젝트 안에서 만나도록 설계된 것이다.


《양혜규: Star-Crossed Rendezvous》전시 전경, MOCA 그랜드 애비뉴. / 제공: 로스앤젤레스 현대미술관(MOCA). 사진: Zak Kelley.

양혜규는 지난 20여 년 동안 블라인드(venetian blinds)를 주요 조형 언어로 사용해왔다. 빛을 통과시키고 공간을 분절하는 이 산업적 재료는 그의 작업에서 건축과 조각, 빛과 움직임을 연결하는 장치로 기능해왔다. 이번 전시에서도 블라인드는 핵심 재료로 등장하며, 움직이는 조명과 윤이상의 음악이 결합하여 관객이 공간 속에서 경험하는 다층적 환경을 형성한다.


《양혜규: Star-Crossed Rendezvous》전시 전경, MOCA 그랜드 애비뉴. / 제공: 로스앤젤레스 현대미술관(MOCA). 사진: Zak Kelley.

특히〈Star-Crossed Rendezvous after Yun〉은 윤이상의 삶과 음악에 대한 헌사로 제작되었다. 작품 속 조명은〈Double Concerto〉의 구조와 리듬에 맞추어 움직이며, 음악을 단순히 배경음으로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공간 전체를 구성하는 요소로 전환한다. 관객은 조각을 바라보는 위치에 머무르지 않고, 빛과 소리 사이를 이동하며 작품을 경험하게 된다.


《양혜규: Star-Crossed Rendezvous》전시 전경, MOCA 그랜드 애비뉴. / 제공: 로스앤젤레스 현대미술관(MOCA). 사진: Zak Kelley.

이번 전시가 흥미로운 이유는 한국 현대예술을 소개하는 방식에 있다. 과거 해외에서 소개되는 한국미술이 종종 한국적 이미지나 전통문화의 시각적 표상에 의존했다면, 양혜규의 프로젝트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작동한다. 전시의 중심에는 전통적 상징도, K-컬처의 직접적 이미지도 없다. 대신 한국 출신 작곡가 윤이상, 한국 출신 작가 양혜규, 미국의 대표 현대미술관인 MOCA, 그리고 미국을 대표하는 오케스트라인 LA Philharmonic이 하나의 네트워크 안에서 연결된다.
 
이 점에서《Star-Crossed Rendezvous》는 오늘날 한국 현대예술이 국제무대에서 작동하는 방식을 보여주는 하나의 사례라 할 수 있다. 국가 정체성을 직접적으로 재현하기보다, 서로 다른 역사와 제도, 예술 장르를 연결하는 방식으로 새로운 의미를 생산하는 것이다. 윤이상이라는 역사적 인물을 현재의 동시대 미술 언어 안으로 다시 불러들이고, 음악과 조각, 공연과 전시의 경계를 넘나드는 이번 프로젝트는 한국 현대예술의 국제적 확장이 더 이상 단순한 해외 진출의 문제가 아님을 보여준다.
 
MOCA의《Star-Crossed Rendezvous》는 결국 양혜규의 개인전이면서 동시에 윤이상에 대한 재해석의 장이다. 그리고 그 만남은 한국 현대예술이 세계와 연결되는 또 다른 방식, 즉 예술 장르와 제도, 역사와 현재를 교차시키는 동시대적 플랫폼의 가능성을 제시한다.


양혜규 작가 / 사진: 국제갤러리

양혜규 (Haegue Yang)
 
1971년 서울에서 태어난 양혜규는 현재 서울과 베를린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한국의 대표적인 동시대미술가이다.
 
작가는 조각, 설치, 영상, 퍼포먼스, 사운드 등 다양한 매체를 활용하며 개인과 집단의 기억, 이주와 디아스포라, 정치적 역사와 문화적 번역의 문제를 탐구해 왔다.
 
산업용 블라인드, 건조대, 전구, 향기, 소리 등 일상적 사물을 조형 언어로 전환하는 작업으로 국제적인 주목을 받았으며, 2009년 베니스비엔날레 한국관 대표작가, 2018년 독일 볼프강 한 상(Wolfgang Hahn Prize) 수상, 2024년 영국 아놀피니(Arnolfini) 및 헤이워드 갤러리(Hayward Gallery) 전시 등을 통해 국제무대에서 활발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최근 작업은 서로 다른 시대와 문화, 예술 장르를 연결하는 관계적 구조와 감각적 경험에 주목하고 있다.


윤이상(1917 – 1995) / 사진: 부산역사문화대전

윤이상 (Isang Yun)

윤이상(1917–1995)은 한국을 대표하는 현대음악 작곡가 가운데 한 사람으로, 20세기 후반 유럽 현대음악계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 인물이다.
 
경상남도 통영에서 태어나 일본과 독일에서 음악을 공부했으며, 동양적 음악관과 서구 현대음악 기법을 결합한 독창적인 음악세계를 구축하였다. 1967년 동베를린 사건으로 한국 정부에 의해 구속되었으나 국제 음악계의 석방 운동을 통해 독일로 돌아갔으며 이후 독일을 중심으로 활동하였다.
 
오페라, 교향곡, 협주곡, 실내악 등 다양한 장르에서 수많은 작품을 남겼으며, 동양과 서양, 전통과 현대를 연결한 작곡가로 평가받고 있다.〈Double Concerto〉(1977)는 그의 대표적인 협주곡 중 하나로 꼽힌다.


MOCA 그랜드 애비뉴 전경, 로스앤젤레스. 사진: Elon Schoenholz. 제공: 로스앤젤레스 현대미술관(MOCA).

MOCA (The Museum of Contemporary Art, Los Angeles)
 
로스앤젤레스 현대미술관(MOCA)은 1979년 설립된 미국 최초의 현대미술 전문 미술관 가운데 하나이다.
 
로스앤젤레스 다운타운의 Grand Avenue 본관과 Geffen Contemporary를 중심으로 운영되며, 1940년 이후 현대미술을 집중적으로 다루고 있다. 약 8,000여 점 이상의 소장품을 보유하고 있으며, 잭슨 폴록, 마크 로스코, 앤디 워홀, 신디 셔먼, 바스키아 등 현대미술의 주요 작가들을 폭넓게 소개해 왔다.
 
또한 신진 작가 발굴과 실험적 전시 프로그램으로도 높은 평가를 받고 있으며, 미국 서부를 대표하는 현대미술 기관으로 자리하고 있다. 최근에는 시각예술과 음악, 공연, 영화 등 다양한 분야를 연결하는 융합적 프로젝트를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전시 정보
 
제목:《양혜규: Star-Crossed Rendezvous》
장소: 로스앤젤레스 현대미술관(MOCA)
위치: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기간: 2026년 2월 24일 – 8월 2일
주최: 로스앤젤레스 현대미술관(MOCA) × LA 필하모닉
주요 작품:〈Star-Crossed Rendezvous after Yun〉(2024)
 
 
연계 강연 프로그램
 
제목: “Tom McDonough on Haegue Yang”
강사: Tom McDonough (뉴욕주립대학교 빙엄턴대학교 미술사학과 교수. 미술사학자, 비평가, 큐레이터.)
일시: 2026년 6월 27일 토요일 오후 3시
장소: MOCA 그랜드 애비뉴, 로스앤젤레스
입장: RSVP 시 무료

Referenc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