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일 제16회 광주비엔날레 주제에 대해 설명하는 호추니엔 예술감독 ©광주비엔날레

지난 12일 (재)광주비엔날레는 기자회견을 통해 제16회 광주비엔날레 《너는 네 삶을 바꿔야 한다(You must change your life)》의 주제를 발표했다.
 
전시의 제목은 라이너 마리아 릴케(Rainer Maria Rilke)의 시 「고대 아폴로의 토르소(Archaic Torso of Apollo)」의 마지막 구절에서 착안해, 오늘날 우리가 직면한 다양한 위기와 긴급한 문제들에 대응하는 예술의 변혁적인 힘에 주목한다.
 
1908년에 발표된 릴케의 시에는 상상 속의 파편화된 고대 조각상이 등장한다. 이 조각상은 그것을 바라보는 이에게 압도적인 정서적 에너지를 불러일으키며, 새로운 결단과 삶의 변화를 촉구한다. 이러한 강렬한 마주침은 결국 시의 마지막 구절인 “너는 네 삶을 바꿔야 한다”라는 문장으로 귀결되며 절정에 이른다.


(왼쪽부터) 호추니엔, 최경화, 박가희, 브라이언 쿠안 우드 ©광주비엔날레

그러나 이 시는 삶을 어떻게 바꿔야 하는지 구체적으로 규정하지 않는다. 대신 변화의 가능성을 열어둔 채, 변형이 일어날 수 있는 잠재적 공간을 남긴다.
 
이러한 가능성에서 출발한 제16회 광주비엔날레는 ‘변화’를 하나의 예술적 방법으로 바라보며, 예술가들이 새로운 삶의 방식과 권력의 구조, 관계의 형태를 실험하는 과정을 탐색한다.
 
호추니엔 예술감독은 “이번 전시는 관람객들이 다양한 규모와 속도의 ‘변화’를 경험하는 여정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그는 이어 “광주만큼 변화의 이상과 경험을 강렬하게 보여주는 도시는 드물다. 광주가 지닌 민주주의를 향한 투쟁의 역사는 오늘날에도 전 세계에 깊은 울림을 주고 있다. 이곳에서 변화는 추상적인 개념이 아니라 살아 있는 역사다”라고 말했다.


제16회 광주비엔날레 주제에 대해 설명하는 박가희 큐레이터 ©광주비엔날레

제16회 광주비엔날레 《너는 네 삶을 바꿔야 한다》의 핵심은 변화가 실험과 실천을 통해 시간 속에서 지속된다는 점이다. 반복적인 실천은 우리의 세계관을 형성하고, 살아가는 방식을 결정짓는다. 이번 전시는 예술적 실천을 변화에 대응하는 창의적인 방법(creative resilience)의 살아 있는 사례로 바라본다.
 
또한 변화라는 경험을 몸으로 겪고 축적해온 방법으로서 예술적 실천을 살펴보는 데서 출발한다. 참여 작가들은 개인과 공동체가 겪는 다양한 갈등과 어려움을 물질적, 정신적, 삶의 변형 속에서 탐구한다.
 
이번 비엔날레는 역대 가장 적은 수의 작가가 참여하는 응축된 형식을 택했다. 밀도에 집중하고, 여러 작가의 삶과 작업의 흐름을 가로지르는 다양한 작품들을 함께 선보이며 깊이 있는 접근을 시도한다. 이를 통해 개별 작품을 단편적으로 나열하는 것이 아니라, 시간의 흐름 속에서 이어져 온 예술적 실천의 형태를 드러내고자 한다.


권병준, 〈중심에서 피어나는; 잠재태의 황금꽃〉, 2025, 제13회 서울미디어시티비엔날레 커미션 작품. 작가 소장. 사진: 홍철기. ©서울시립미술관.

《너는 네 삶을 바꿔야 한다》는 변화가 신체와 사회 전반에서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살핀다. 또한 예술이 반복적이고 지속적인 실천을 통해 세계를 움직이는 힘의 방향을 다시 조정할 수 있는 역량을 길러내는 과정에 주목한다.
 
이러한 이번 광주비엔날레의 주제를 잘 보여주는 커미션 작품으로는 권병준·박찬경, 재클린 키요미 고크, 남화연의 작품이 선보여질 예정이다. 그 중, 권병준·박찬경 작가는 공동체의 안녕을 기원하며 공동체로부터 쇠붙이를 모아 무구를 만들었던 ‘쇠걸립’에서 착안해 시민들로부터 쓰지 않는 쇠붙이를 기부 받아 사운드 설치 작업을 제작하는 시민 참여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이번 비엔날레는 호추니엔(Ho Tzu Nyen) 예술감독과 박가희, 브라이언 쿠안 우드(Brian Kuan Wood), 최경화(Che Kyongfa) 큐레이터가 함께하며, 2026년 9월 5일부터 11월 15일까지 총 72일간 광주비엔날레 전시관에서 개최된다.
 
참여 작가 및 커미션 작품에 대한 보다 상세한 내용은 향후 순차적으로 공개될 예정이다.

Referenc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