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5년 8월 8일 오후 1시, 국회의원회관 제1세미나실에서 ‘미술시장 활성화를 위한 법적 지원방안’ 정책 세미나가 5시간 넘게 진행됐다. 김승수·박수현
국회의원과 (사)한국화랑협회, (사)한국문화예술법학회, 경북대학교
법학연구원이 공동 주최한 이번 세미나에는 법조계, 학계, 미술계
인사가 대거 참여했다.
세미나는 세
개 세션으로 나뉘어 ▲미술품 재판매에 대한 작가보상금(추급권) 제도 ▲미술서비스업 신고제 ▲미술시장
세제 개선을 집중적으로 다뤘다. 그러나 일부 참석자와 현장 관계자들은
“법안과 제도 조항에만 매몰된 논의”라며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제도 논의의
핵심 — 작가보상금·신고제·세제
개편

「미술시장 활성화를 위한 법적 지원방안」 정책 세미나 토론 현장 / 사진: 한국화랑협회
첫 번째 세션에서는
이유경 미국변호사(댄지거 로펌)가 ‘미술품 재판매에 대한 작가보상금 제도’의 도입 배경과 해외 운영
사례를 분석했다. 그는 한국 미술시장 실정에 맞는 제도 설계 방안을 제시했으나, 토론자 이재민 교수(국립창원대)와
백동재 한국화랑협회 정책이사는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해외
부작용 사례를 감안해 신중히 접근해야 한다”며 시장 위축 가능성을 경고했다.
두 번째 세션에서는
주민호 박사(경북대 법학연구원)가 ‘미술서비스업 신고제’의 헌법적 정당성과 실효성을 비판적으로 분석했다. 윤정인 고려대 연구교수, 배효성 한국법제연구원 박사, 이승훈 한국화랑협회 정책이사는 화랑의 정의와 역할에 대한 사회적 합의 없이 제도가 시행될 경우 시장 자율성을
해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세 번째 세션에서
권민 세무사는 기업의 미술품 구입 관련 세제 개선 필요성을 강조하며, 문화재·미술품을 사회적 공공재로 활용하기 위한 인식 전환을 촉구했다. 황헌순
계명대 교수와 이창규 중앙대 연구교수 역시 “세제 개편이 미술시장 활성화의 핵심”이라는 데 동의했다.
“법안 틀만 손질하는 닫힌
회의”
하지만 세미나가
현장 실태조사 없이 진행됐다는 점은 아쉬움으로 남았다. 한 화랑 대표는 “현장의 불편과 구조적 문제를 진단하지 않은 채 제도 틀만 고치는 방식은 실효성이 떨어진다”며 “결국 법안은 바뀌어도 시장은 그대로일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번 세미나를
지켜본 미술시장 관계자들도 “제도의 뼈대 자체가 현장과 맞지 않는데,
그 틀 안에서 조문만 손보면 오히려 온도 차만 벌어진다”고 말했다.
이는 문화체육관광부
주관 예술정책 세미나에서도 반복돼온 문제라는 지적이 있다. 많은 지원 사업이 단기 성과와 보고서 중심에
치우쳐, 시장 신뢰 저하나 유통 구조 불투명성 같은 근본 원인을 다루지 않는다는 것이다.
제도 설계 전에 ‘현장 검증’부터
전문가들은 법안
발의 전 ▲전국 단위 장르·규모별 미술 종사자 공청회 ▲실명 기반 설문조사를 통한 데이터 확보 ▲공청회 결과 의무 반영 ▲현장 자료를 1차 근거로 채택하는 원칙 등을 제도화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한편, 폐회사를 맡은 김성룡 (사)한국문화예술법학회
회장은 “제도는 단순 규제가 아니라 생태계의 균형을 조율하는 수단”이라며
지속적인 관심과 논의를 당부했다.
이번 세미나는
법·세제 개편 논의의 장으로서는 의미가 있었지만, 현장 목소리가
배제된 채 기성 제도의 프레임 안에서만 해법을 찾으려 했다는 점에서 한계를 드러냈다.
미술시장 활성화가
구호에 그치지 않으려면, 제도의 모양보다 ‘제도가 뿌리내릴
토양’을 먼저 점검하는 과정이 필수적이라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