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페리지갤러리는 PERIGEE
UNFOLD 2025 전시 《Don’t Be Hasty》를 9월 6일까지 개최한다.
올해로 4회를
맞이하는 PERIGEE UNFOLD는 자신의 작업 세계를 꾸준히 펼쳐 나가고 있는 35세 이하 젊은 작가군을 중심으로 하는 페리지갤러리의 기획 전시 프로그램이다.
이번 PERIGEE
UNFOLD 2025 전시 《Don’t Be Hasty》는 김상하, 서민우, 이용재 작가를 조명하며,
이들 각자가 담지한 시간의 부피를 저마다의 매체적 속성으로 빚어낸 작업들을 소개한다.

전시에서 이들의 영상, 소리-조각, 그림은 파편화된
감각을 띠고 있을지라도 가까이 외재하며 서로의 감각 장(field) 안에 서서히 개입해 간다. 각각은 동일한 물리적 조건에서 움직이지만, 다른 속도, 다른 감각의 통로를 통해 관객에게 도달한다.
가장 먼저 김상하의 영상에서 흘러나오는 소리가
감상보다 앞선 청취의 경험으로 이끈다. 그러나 소리는 이내 영상에 수반된 것으로 포섭되어 투사된 이미지의
형태로 지각된다. 동시에, 또는 조금 늦게 마주한 서민우의
구조물은 시야에 너르게 포진되어 있다. 공간 속에 조용히 놓여있는 듯 보였던 그의 작업은 사실 소리-조각으로서, 전시장을 둘러싼 청취 환경을 계속해서 바꾸어 놓는다.

한편 가장 느리게, 가장 사물다운 방식으로 다가오는 것은 이용재의 그림이다. 표면의
반짝임과 지지체의 물성, 프레임 안팎의 여러 단서들을 따라가다 보면,
체현한 시간에 따라 각기 다른 형태로 구현된 필치를 발견하게 된다.
《Don’t
Be Hasty》는 서둘러 판단하거나 결론 짓기를 멈추고, 지속되는 흐름에 합류하여 머물기를
요청한다. 이때 전시는 지속을 대상으로 사유하는 것이 아니라, 지속
속에서, 우리를 담고 있는 이 합류점 속에서 사유할 것을 제안한다.
참여작가: 김상하, 서민우, 이용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