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콘갤러리 홈페이지 전시소개 영상 캡쳐 화면

영국 유력 매체인 파이낸셜 타임즈(Financial Times)는 최근 보도에서 한국 출신으로 파리에 거주 중인 작가 이슬기(Seulgi Lee)의 개인전 《Span》을 “경계를 넘나드는 유토피아적 모델”로 극찬하며 집중 조명했다. 이 전시는 현재 영국 버밍엄에 위치한 아이콘 갤러리(Ikon Gallery)에서 9월 7일까지 개최 중이다.

왼쪽: U : <김칫국부터 마신다> (Drink the Kimchi Soup = To Hope for Something to Be Given, 2024), 한국 실크, 통영의 누비 장인과의 협업, 195 x 155 x 1 cm, 작가 및 서울 갤러리현대 제공.

오른쪽: W / Sa la kwa shunga lachju itzie ske, <단정한 머리를 한 소녀>, 작가 및 파리 주스 앙트르프리즈 갤러리 제공 (2017). (Seulgi Lee © ADAGP Paris, 2025)

FT는 이슬기의 작품 세계를 “선, 색, 곡선이 천장과 바닥, 벽을 자유롭게 흐르며 공간 전체를 유동적 우주로 탈바꿈시킨다”며, “전통 장인의 기술과 현대적 시각 언어가 융합된 보기 드문 협업 예술”로 평가했다.
 
 
 
전통과 현대, 지역과 세계를 잇는 감각적 설치
 
이슬기의 작업은 한국의 전통 단청, 이슬람 건축의 마슈라비야 격자, 멕시코 바구니 공예 등 다양한 문화적 유산을 끌어오되, 이를 단순히 차용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Installation view of 《Span》 © David Rowan

Installation view of Seulgi Lee’s 《Span》 at Birmingham’s Ikon Gallery © David Rowan

FT는 “Slow Water(2022)는 관객의 시선에 따라 색이 바뀌는 몽환적 격자 구조이며, Flying Buttons(2025)는 마치 공중을 떠다니는 듯한 추상적 형상으로 공간을 다시 구성한다”고 전했다.
 
특히 이슬기는 한국 남해안 통영의 누비 장인 조성연과 함께 만든 ‘Blanket Project U’ 시리즈에서 한국 속담을 암호처럼 담은 누비 이불을 선보이며, 한국의 언어와 장인의 기술을 독창적으로 연결했다. 예를 들어, 한 작품의 제목은 “내 코가 석 자 – 남 도울 겨를이 없다”라는 속담을 시각적으로 풀어낸 것이다.


(left) Lee’s ‘U:A piece of cake = Easy’ (2025) © ADAGP / (right) ‘U:Laugh out loud while clapping one’s hands’ (2023) was made in collaboration with nubi quilter Sungyoun Cho © ADAGP


공동체와 기억을 존중하는 예술
 
FT는 “이슬기의 작업에서 가장 인상 깊은 점은 장인들과의 공동 창작 과정에 대한 깊은 존중”이라며, “많은 개념 미술 작가들이 제작을 외주화하는 것과 달리, 그녀는 협업자 모두에게 이름과 맥락을 부여한다”고 밝혔다.
 
멕시코 오악사카 지역의 바구니 장인들과 함께 제작한 W, 버밍엄의 주얼리 공방과 협업한 자개 단추 설치 Six Pence, 그리고 서울의 유리공예가 김종인과 함께 만든 Han 등은 작가의 이런 태도를 잘 보여주는 사례다.
 
특히 Han은 유리구 속에 한강의 물방울 몇 방울이 봉인된 작품으로, “이음새 하나 없이 물이 마법처럼 밀폐되어 있는 정교한 기술의 결정체”로 소개되었다.
 
전시 제목인 《Span》은 손가락 사이의 물리적 거리, 즉 ‘한 뼘’을 뜻하지만, 이슬기 작가는 이를 ‘감각과 기억, 공동체, 언어, 기술’로 확장시킨다. FT는 이를 두고 “단순한 공간 설치가 아니라, 전통과 현대, 지역과 세계를 오가는 예술적 대화이자 감각의 확장”이라고 평했다.
 
버밍엄에서 열린 이슬기의 《Span》 전시는 한국 작가의 작업이 어떻게 글로벌 문화와 동등하게 호흡하며 세계적 미술 담론에 참여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대표 사례로 평가할 만하다.


  
전시정보
전시 기간: 2025년 6월 25일 – 9월 7일
장소: Ikon Gallery, Birmingham, UK
홈페이지: ikon-gallery.org

References
  • ※ 이 기사는 FT 원문 보도를 인용 및 요약한 콘텐츠로, 비영리 보도 목적에 한해 작성되었습니다. 원문 전문은 FT 웹사이트에서 확인 가능합니다.
    - Financial Times, “Seulgi Lee at Birmingham’s Ikon Gallery: a fluid universe of skills and materials” (2025년 6월 26일 보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