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두산아트센터 두산갤러리는 노혜리 작가의 개인전 《August is the
cruelest》를 5월 10일까지 개최한다.
미국 뉴욕과 한국을 오가며 활동하고 있는 노혜리(b. 1987)는
개인사와 현대사를 직조하여, 이를 설치, 퍼포먼스, 비디오 등의 작업으로 풀어낸다. 언어, 오브제, 신체의 움직임이 교차하는 그의 작업은 서로를 보완하고 지지하며
개인의 체험과 기억을 다양한 층위로 펼쳐보인다.
노혜리는 이번 전시에서 여름, 이동,
여정, 이별과 상실을 둘러싼 기억을 펼쳐 놓는다. ‘여행’과 ‘이동’을 암시하는
이번 전시의 사물들은 그 본래의 기능을 수행하기에는 어려운, 안과 밖이 뒤집히거나 비틀린 형태로 전시장에
놓여있다. 달릴 수 없는 차, 누울 수 없는 텐트, 항해할 수 없는 카약에는 노혜리와 아버지, 두 사람의 기억이 혼재되어
있다.

전시장 중앙에 위치한 〈니로〉(2024)는 노혜리의 아버지가 몰던
기아의 자동차, ‘니로’를 본떠 만든 작품이다. 자동차의 뒷좌석에 마련된 의자에 앉아 차창 너머로 쏟아지는 물줄기를 하염없이 바라보았던 어린 시절의 기억에서
출발한 이 작업은 어디론가 이동하고 있다는 횡단의 감각을 끊임없이 환기시킨다.
한편, 〈캐리〉(2025)는
한 사람이 겨우 누울 수 있을 듯한 작은 사이즈의 텐트로, 일반적으로 휴대가 가능하도록, 잘 휘는 성질의 철사로 가볍게 제작되지만 단단한 쇠 파이프를 하나하나 이어 붙여 접을 수 없게 만들어 졌다. 이동도, 정착도 어려워진 이 불완전한 쉼터는 그 안에 본래 갖고
있던 것보다 더 큰 시공간을 품고 있다.

좁고 긴 복도의 끝에는 〈카탈리나〉(2024)가 있다. 카약은 망망대해를 무사히 건널 수 있게 해 주는 수단이기도 하지만, 죽음이나
그에 버금가는 위험과 맞붙어 있는 것이기도 하다. 그렇기에 카약은 두 사람이 서로를 온전히 믿고, 손발을 맞추는 것을 이동의 절대적 전제로 삼는다.
그러나 앙상한 몸체로 천장에 매달려 수직으로 직립한 〈카탈리나〉는 땅에서도 물에서도 원래의 방식대로 존재할 수
없다. 바다를 건너며 표류하게 된 ‘함께’라는 감각은 좁은 공간 안을 맴돌고 있다.
전시 기간 중 퍼포먼스와 스크리닝 프로그램 또한 진행된다. 자세한
내용과 일정은 추후 두산아트센터 웹사이트와 SNS를 통해 공지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