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stallation view of 《Afterglow》 ©Pipe Gallery

파이프갤러리는 진종환 작가의 개인전 《Afterglow》를 4월 18일까지 개최한다.

진종환의 회화는 찰나와 지속, 스러짐과 남겨짐 사이에서 존재한다. 그의 작업은 특정한 순간을 포착하는 것이 아니라, 빛과 색이 시간 속에서 스며들고 변화하는 과정을 담아낸다. 이는 황혼이 지나고도 하늘에 남아 있는 잔광(Afterglow)과도 같다. 사라지는 빛이 남기는 여운, 감각으로는 명확히 구분되지 않지만 분명히 존재하는 시간의 흐름이 그의 화면을 채운다.

Installation view of 《Afterglow》 ©Pipe Gallery

진종환(b.1991)의 작업은 풍경을 단순히 묘사하는 것이 아니라, 빛과 계절의 변화를 감각적으로 기록하는 행위에 가깝다. 색은 혼합되고 층층이 쌓이며, 표면은 단단하면서도 유동적이다. 바람이 흔적을 남기고, 해가 지면서 색이 달라지는 순간, 그는 보이지 않는 변화를 캔버스 위에 펼쳐놓는다.

이러한 감각적 탐구는 자연의 순환과 맞닿아 있으며, 하나의 계절이 끝나고 다음 계절이 스며드는 경계를 조형적으로 드러낸다.

Installation view of 《Afterglow》 ©Pipe Gallery

잔광이 그러하듯, 그의 작품은 명확한 형태를 갖추기보다 흐름과 흔적을 통해 존재를 증명한다. 화면 속에서 빛과 색은 스스로를 구축하며, 관객의 시선에 따라 다르게 변화한다. 진종환은 그림을 통해 사라지는 것의 아름다움을 포착하고, 잔영 속에서도 살아 있는 색과 형태를 찾아낸다. 그의 회화는 하나의 순간을 고정하는 것이 아니라, 빛과 시간의 끝없는 순환 속에서 우리에게 머물다 사라지는 감각을 경험하게 한다.

파이프갤러리의 《Afterglow》는 우리가 단순한 시각경험을 넘어, 시간과 기억, 감각이 교차하는 지점에서 빛과 색을 새롭게 인식하는 순간을 포착한다. 마치 노을이 지고 난 뒤 하늘에 남은 빛이 일렁이며 각자의 기억을 불러일으키듯, 이 공간에서 진종환의 화면이 우리의 개인적인 감각과 맞닿을 수 있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