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한국 미술시장은 급격한 변화를 겪었다. 특히 3분기 국내 미술 경매 시장의 낙찰총액이 전년 대비 26% 감소하며 ‘아트페어 위기론’이 제기되었고, 이는 한국 미술 시장의 구조적 취약성과 글로벌 경기 침체의 영향을 반영하는 지표로 해석되었다. 그러나 이러한 어려움 속에서도 주요 아트페어들은 나름의 전략을 모색하며 새로운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이다.

키아프 서울, 프리즈 서울, 화랑미술제, 아트부산, BAMA, 대구 아트페어(DIAF)는 각기 다른 방식으로 시장의 흐름에 대응하며 새로운 기회를 찾고자 했다. 하지만 여전히 해결해야 할 문제점이 많다. 그렇다면 이들의 2024년 성과와 함께 개선해야 할 점은 무엇이며, 2025년 미술시장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까?


키아프 서울: 토종 아트페어의 도약과 한계


제23회 Kiaf SEOUL 2024 장면. 사진 Kiaf SEOUL 2024 제공

키아프는 2024년 전시 수준을 한층 높이며 주목받았다. 부스 수를 줄이는 대신 심사 기준을 강화해 참여 갤러리의 퀄리티를 높였고, 부스 디자인과 관람 동선을 개선해 보다 쾌적한 환경을 조성했다.

특히 건축가 장유진과 협업하여 답답했던 공간 구조를 개선하고, 조명과 디스플레이를 최적화하며 전시의 품격을 높였다. 이에 따라 키아프는 국내 아트페어가 단순한 판매 중심에서 벗어나 미술계의 문화적 장으로 자리 잡아야 한다는 방향성을 제시했다.

하지만 여전히 프리즈 서울과 비교했을 때 국제적인 영향력과 갤러리 구성의 차이가 두드러진다. 특히 출품작의 다양성이 부족하다는 점과 함께 중견 및 신진 작가들의 작품 수준에 대한 기대감이 프리즈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다는 점이 지적되었다. 또한, 해외 주요 컬렉터들의 참여가 제한적이며, 이를 개선하기 위한 적극적인 홍보와 네트워크 구축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기되었다.


프리즈 서울: 실속 전략과 아쉬운 볼거리

프리즈 서울 행사장면 / 사진:프리즈 서울 홈페이지

프리즈 서울은 2024년 참가 갤러리 수를 작년보다 줄이는 대신, 보다 실속 있는 작품 라인업을 선보였다. 과거처럼 초고가 대작을 내세우기보다 팔릴 가능성이 높은 중저가 작품을 중심으로 구성해 안정적인 매출을 기록했다.

또한 루브르 아부다비, 뉴욕현대미술관(MoMA), 테이트 모던, 홍콩 M+ 뮤지엄 등의 주요 기관 관계자들이 방문하며 글로벌 네트워크를 강화하는 성과를 거두었다. 그러나 대형 블루칩 작가의 작품이 상대적으로 적어졌다는 점에서 일부 관람객들은 아쉬움을 표했다.

프리즈 서울은 아시아 시장을 공략하는 전략을 더욱 강화하고 있지만, 상대적으로 지역 갤러리들의 입지는 좁아지고 있다는 비판도 있다. 또한, 전시 기획 면에서 변화를 주지 못해 해마다 비슷한 형식과 구성으로 진행되고 있다는 점이 지적되었으며, 전시 공간 내 관람 동선과 휴식 공간 부족 등의 문제도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화랑미술제: 젊은 컬렉터 증가와 상업화 문제


지난 4월에 열린 2024 화랑미술제 행사장면 / 사진:한국화랑협회

화랑미술제는 신진 작가들의 작품을 합리적인 가격대(200~500만 원)로 선보이며 젊은 컬렉터층의 참여를 유도했고, 그 결과 판매 성과도 긍정적이었다.

올해 처음으로 개최된 화랑미술제 in 수원은 3만 명 이상의 관람객을 유치하며 높은 관심을 받았다. 이 행사는 지역 기반 아트페어의 가능성을 확인하는 중요한 실험이었으며, 2025년에도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지나치게 상업화된 분위기로 인해 작품의 예술성이 강조되지 못했다는 비판도 있었다. 또한, 일부 갤러리들은 캐릭터 아트 및 트렌디한 이미지에 집중하며 작품성이 다소 부족한 작품을 판매하는 경향을 보였다. 이에 따라 화랑미술제가 단순한 거래의 장이 아니라, 작품의 질을 높이는 방향으로 개선되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아트부산: 국제화와 지역 연계 부족


아트부산 2024 행사장면 / 사진 : 연합뉴스

아트부산은 2024년 7만 명 이상의 방문객을 기록하며 성황리에 마무리되었다. 젊은 작가들의 작품이 인기를 끌었고, 국제갤러리, 페레스프로젝트, 화이트스톤 갤러리 등 주요 갤러리들이 활발한 판매를 기록했다.

올해 특별전으로 허스토리가 기획되어 여성 현대미술 1세대 작가들의 작품을 조명하며 문화적 깊이를 더했다. 그러나 지역 미술관 및 갤러리들과의 연계가 부족하다는 점이 지적되었으며, 아트부산이 단순히 해외 갤러리를 유치하는 것에서 벗어나 부산 지역 작가들과 더욱 긴밀히 협력할 필요성이 제기되었다.


대구 아트페어(DIAF): 가족 관람객 증가와 지역 미술시장 활성화 과제


대구 아트페어 행사 장면 / 사진:대구 아트페어 홈페이지

2024년 대구 아트페어는 가족 단위 관람객 증가와 다양한 체험형 프로그램을 선보이며 대중성을 강화했다. 어린이 체험 프로그램, 아티스트 퍼포먼스 부스, 강연 등 다채로운 행사가 마련되었고, 이로 인해 방문객 수는 작년 대비 20% 이상 증가했다.

그러나 작품 거래 실적 면에서는 아쉬움이 남았다. 세계적인 경기 침체로 인해 고가 작품 판매가 둔화되었고, 대형 갤러리의 참여율이 낮아 시장 활성화에 한계를 보였다. 또한, 대구 지역 작가들의 전시 기회가 제한적이라는 점도 개선해야 할 과제로 남았다.

대구 아트페어는 앞으로 지역 작가들의 참여 기회를 확대하고, 보다 다양한 가격대의 작품을 선보여 컬렉터층을 넓히는 전략이 필요하다. 또한, 지역 미술관 및 갤러리와의 협력을 강화해 대구 미술 시장을 더욱 활성화해야 한다.


2025 아트페어 전망과 과제

2025년 아트페어 시장은 전반적인 경기 둔화와 글로벌 미술 시장의 변화 속에서 보다 신중한 전략을 요구받을 것이다. 대형 갤러리와 해외 주요 컬렉터들의 참여율이 줄어들 가능성이 있으며, 그에 따라 아트페어들이 새로운 판매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 또한, 중저가 작품 중심의 시장 흐름이 계속될 것으로 보이며, 신진 작가들의 활약이 더욱 중요한 요소가 될 전망이다.

첫째, 전시 품질을 높이고 좋은 작가를 선별하여 진행해야 한다. 작품성과 예술적 가치가 높은 작품을 중심으로 전시를 구성해야 하며, 단순히 판매를 위한 행사에서 벗어나 전시 기획력과 콘텐츠의 질을 높이는 것이 필요하다.

둘째, 새로운 컬렉터를 발굴하는 데 힘써야 한다. 기존 컬렉터층에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미술 시장에 새롭게 진입할 가능성이 있는 개인 및 기업 컬렉터층을 적극적으로 유치하고 이들의 참여를 촉진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셋째, 해외 참가 갤러리들의 수준을 높이기 위한 전략을 만들어야 한다. 단순히 해외 갤러리를 유치하는 것이 아니라, 전시 작품의 질적 수준을 높이고 다양한 국가의 갤러리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지원 체계를 강화해야 한다.

넷째, 지역 기반 아트페어들은 지역 미술시장과 작가들을 활성화할 수 있는 방안을 꾸준히 마련해야 한다. 지역 내 작가들과 갤러리들이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장기적인 지원 정책과 프로그램을 운영해야 하며, 단기적인 흥행에 그치지 않고 지역 미술 생태계 전반을 발전시키는 노력이 필요하다.

다섯째, 디지털 미술 플랫폼을 강화해야 한다. 현재 대부분의 아트페어 홈페이지들은 너무도 부실하여 작품 정보를 탐색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또한 해외에 홍보하기 위한 외국어 페이지들이 특히 부족하다. 따라서 형식적인 홈페이지를 넘어 각 작품의 상세한 설명과 작가 정보를 체계적으로 제공하는 전문성 있는 플랫폼을 미리 준비하고 구축해야 하며, 이를 통해 온라인에서도 오프라인과 유사한 감상 경험을 제공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