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stallation view of 《Off the White: Mark and Record》 © Ilmin Museum of Art

일민미술관은 건축 100주년을 맞아 ‘미술관’이라는 장소에 관한 동시대 미술의 실험과 전망을 탐색하는 릴레이 전시로 《오프 더 화이트: 무늬와 정보》를 10월 18일까지 개최한다.

통상 미술에서 ‘장소’가 대체할 수 없는 특정성을 지닌 현장으로 받아들여지는 것과 달리, 《오프 더 화이트》는 모종의 개입이나 틀로 명명되는 장소 이전의 것, 어떤 곳이 특정한 곳으로 호명되기에 앞서 미술관을 작동시키는 다른 차원의 조건에 주목한다.

이러한 요소에 주목해 온 작가들은 미술관이 중립적인 백색 환경과 ‘특정 장소’ 사이에서 예술 작품의 힘과 감각을 협상하는 특수한 자리임을 드러낸다.


Installation view of 《Off the White: Mark and Record》 © Ilmin Museum of Art

곽이브는 일민미술관의 벽을 무언가 새겨진 원판으로 삼아 그 표면을 새로운 정보가 발생하는 장소로 바꾼다. 〈태극기와 모기장〉은 작품을 걸고 내리는 일이 반복된 벽면에 도배지를 바른 뒤, 벽을 받아 적듯 탁본하는 한편 미술관 바깥을 관찰해 얻은 형상을 그려 나간 작업이다. 

접촉을 통해 떠오르는 흔적과 손의 움직임을 통해 기입되는 이미지가 겹쳐 무늬가 되고, 전시실이 축적한 시간뿐 아니라 이곳을 둘러싼 권위나 정동 또한 무늬의 일부를 이룬다. 


Installation view of 《Off the White: Mark and Record》 © Ilmin Museum of Art

노송희는 일민미술관의 바닥을 유동적인 퍼즐로 바꾼다. 퍼즐은 흩어진 조각을 배열해 여러 장면을 만들 수 있지만, 미리 정해진 조각의 형태와 절단선을 벗어나지 못한다. 작가는 이 구조로부터 과거의 자료를 선별하고 배열해 현재를 구성하는 아카이브의 작동 방식을 보았다. 

〈퍼즐〉은 미술관 자료실에서 발견한 기록물을 통해 전시의 역사가 날짜, 예산, 치수와 같은 정량적 체계로 관리되어 왔음에 주목한 작업이다. 알루미늄에 수공적으로 새긴 이미지는 5, 10, 12, 100 등 시간을 구획하고 기념하는 수의 단위와 연결된다. 이러한 무늬는 아카이브의 부정한 면을 보여주는 유희인 동시에 정보 뒤에 숨겨진 노동을 가시화하는 또 다른 정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