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9월, 케이옥션과 서울옥션이 나란히 정기 경매를 열며 침체된 미술시장 속에서 의미 있는 결과를 냈다. 두 옥션 모두 한국 근현대 거장들의 대표작을 전면에 내세워 시장 수요를 자극했고, 일부 작품은 치열한 경합 속에 고가 낙찰을 기록했다.


이중섭, <소와 아동>(1954). 29.8×64.5㎝./사진:케이옥션

케이옥션: 이중섭 <소와 아동>, 35억2,000만 원에 낙찰

9월 24일 케이옥션 강남 사옥에서 열린 경매에서는 이중섭(1916~1956)의 1954년작 〈소와 아동〉이 큰 화제를 모았다. 시작가 25억 원에서 경합이 이어져 최종 35억2,000만 원에 낙찰된 것이다. 이 작품은 고(故) 정기용 원화랑 대표가 1955년 미도파 화랑 개인전에서 구입해 70년간 소장해온 뒤 처음으로 시장에 나온 걸작이다.


이중섭, <소>, 종이에 유채, 28.2x45.3cm / 사진:서울옥션
2018년 서울옥션에서 47억 원 낙찰된 〈소〉 작품.

‘소’ 연작은 현재 10점 남짓만 전하는데, 상당수가 미술관과 기관에 있어 경매 출품은 극히 드물다. 2018년 서울옥션에서 낙찰된 〈소〉(연도 미상)가 47억 원으로 작가 최고가를 기록한 바 있으며, 이번 낙찰가는 그보다는 낮지만 거장 대표작의 가격 방어력이 여전히 견고함을 확인시켰다.
 
같은 세일에서는 박수근의 〈산〉이 12억 원에 낙찰되며 근현대 대가들에 대한 컬렉터들의 꾸준한 신뢰를 보여주었다. 이번 경매에는 김환기, 이우환, 윤형근, 박서보, 정상화, 김창열 등 한국 미술을 대표하는 작가들이 대거 출품되었으며, 쿠사마 야요이, 데이비드 호크니 등 해외 작가들의 작품도 일부 포함돼 라인업의 폭을 넓혔다. 총 223점이 경합에 붙었고, 온라인 프리뷰와 SNS 홍보를 통해 사전 열기도 높였다.


 
서울옥션: 낙찰총액 48억1,000만 원, 5개월 만에 반등

서울옥션은 9월 23일 강남센터에서 열린 제186회 경매에서 낙찰총액 48억1,000만 원, 낙찰률 61%를 기록했다. 이는 4월 이후 5개월 만에 낙찰총액이 40억 원을 넘어선 성과로, 침체된 시장 속 회복 신호로 받아들여진다.


8억5,000만 원에 낙찰된 이우환의 〈Dialogue〉 / 사진: 서울옥션



3억5,000만 원에 거래된 박서보의 〈묘법 No.950815〉

최고가는 이우환의 〈Dialogue〉가 8억5,000만 원에 낙찰되며 차지했다. 이어 박서보의 〈묘법 No.950815〉가 3억5,000만 원, 또 다른 이우환의 〈From Line〉이 3억6,000만 원에 거래되는 등 근현대 거장 작품들이 시장을 견인했다.
 
이번 경매에는 고미술품 섹션도 포함돼 조선 초기 추정 백자와 홍세섭의 〈영모도〉 등이 출품되었으며, 일부는 예상가를 웃도는 가격에 낙찰되며 시장 다변화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2억 5천만원에 거래된 홍세섭의 〈영모도〉

또 하나의 특징은 서울옥션이 새롭게 신설한 럭셔리 특별 세션 “더 프레스티지 세일: 아이콘즈 오브 럭셔리(The Prestige Sale: Icons of Luxury)” 다.
 
제이콥앤코(Jacob & Co.)의 하이엔드 시계 ‘오페라 갓파더’와 ‘카지노 트루비용’ 등이 출품되며 미술품과 라이프스타일 아이템을 결합하려는 시도를 선보였다. 다만 이번 세션의 성과는 일부 유찰과 출품 취소가 겹치며 제한적이었다.


 
종합 분석: 거장 프리미엄과 카테고리 다변화

이번 9월 경매를 통해 확인할 수 있는 흐름을 보면,

먼저 근대미술 거장들을 중심으로 하는 프리미엄 마켓의 재확인이다.

이중섭, 박수근, 이우환, 박서보 등 정전(定典)급 작가들의 작품은 여전히 시장을 견인하며, 희소성 있는 대표작일수록 강력한 가격 탄력을 보여주었다.


두번째로 시장의 흐름에 미약한 상승이 느껴진다.

서울옥션의 낙찰총액 반등은 9월 아트위크(프리즈·키아프 시즌)와 맞물려 컬렉터 수요가 일부 회복된 결과다. 그러나 케이옥션은 전체 낙찰총액과 낙찰률을 공개하지 않아 시장 전반의 회복세를 단정하기는 이르다.
 

세번째로 카테고리 다변화의 실험을 볼 수 있다.

서울옥션의 럭셔리 섹션과 고미술 확대, 케이옥션의 해외 작가 편입 등은 컬렉터 저변을 넓히려는 전략적 시도다. 그러나 단기적 성과는 엇갈렸으며, 결국 시장을 끌어올리는 힘은 여전히 거장의 걸작 확보에 있다는 점이 확인됐다.
 


마무리

2025년 9월 한국 경매시장은 “거장 중심의 선별적 회복”으로 요약된다. 케이옥션은 희소 걸작인 이중섭 〈소와 아동〉으로 화제성을 확보했고, 서울옥션은 대가의 작품들 낙찰과 지표 반등으로 회복의 신호를 보냈다. 하지만 여전히 낙찰총액 규모는 호황기에 미치지 못하며, 신규 수요층을 어떻게 확보할지가 향후 시장의 과제로 남는다.

Referenc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