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hibition view of 《Faraway, so close》 ©Goeun I Gibson Museum of Photography

고은 깁슨 사진미술관은 정희승 작가를 소개하는 2025 랄프 깁슨 어워드 기념사진전 《멀리서 너무 가깝게》를 8월 31일까지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미술관이 2022년 개관 이후 처음으로 선보이는 한국 작가의 개인전으로, 정희승이 3년 만에 신작을 소개하는 자리이기도 하다.

동시대 사진의 감각적 사유와 조형적 탐구가 응축된 이번 작업은, 작가가 지난 작업에서 일관되게 구축해온 사진적 태도를 바탕으로 하면서도 촬영 환경과 대상을 새롭게 확장하며, 사진 매체의 또 다른 가능성을 제시한다.

Exhibition view of 《Faraway, so close》 ©Goeun I Gibson Museum of Photography

정희승은 이번 전시를 통해 피사체에 다가가려는 시도와 그로 인해 발생하는 인식의 흔들림을 함께 보여준다. 가까이 들여다볼수록 더 선명해질 것 같던 대상은 오히려 멀게 느껴지고, 높은 해상도는 진실에 다가가기보다는 그것을 흐리게 만든다. ‘멀리서 더 가까워지고, 가까워질수록 더 멀어지는’ 아이러니는 전시 전체를 관통하는 정조이자, 사진이라는 매체를 다시 사유하게 만드는 출발점이다.

Exhibition view of 《Faraway, so close》 ©Goeun I Gibson Museum of Photography

정희승은 시선, 거리, 배열과 배치의 감각을 통해 사진이 지닌 지각의 구조와 상징의 한계를 비판적으로 탐구해왔다. 사진을 재현이나 의미 전달의 도구보다는, 감각과 인식의 경계에 서서 판단을 유예하고 사유를 유도하는 매체로 다뤄왔다.

그 연장선으로 이번 전시에서 작가는 ‘사진은 무엇을 보여주고, 무엇을 감추는가’라는 질문을 공유한다. 이미지의 상징이나 메시지를 서둘러 해석하기보다는, 그 앞에 잠시 머무르며 시간을 갖기를 제안한다. "왜 이 이미지를 골랐는지 작가조차 설명할 수 없는 충동"에서 비롯된 장면을 통해 이미지가 의미로 포장되기 이전의 감각적 층위를 천천히 사유해보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