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트센터 화이트블럭은 이명진 작가의 개인전 《Moonlight》를
9월 16일까지 개최한다.
이명진(b.1976)은 개인의 순간을 섬세하게 드러내는 작가이다. 주로 사회적 공간에 개인적 경험과 상상의 이미지들을 결합하는 방식의 작업을 전개해왔으며 경험과 상상이 만들어내는
가상과 현실의 경계를 회화와 사진, 설치로 구현하고 있다.
《Moonlight》는 익명의 이미지들 속에 포개진 개인의 서사를
달빛처럼 조용히 비추어 낸다. 작가는 소셜미디어에 남겨진 익명의 흔적과 단서들을 수집하고, 같은 장소에서 촬영된 서로 다른 인물들의 포즈와 표정이 담긴 특별한 순간들을 조합하여 화면 위에 재구성한다. 관람자는 타인의 기억과 감정, 그리고 그 너머에 놓인 자신의 감각을
조용히 마주하게 된다.

전시는 크게 두 방향의 작업으로 구성된다. 익명의 이야기 속 감정을
회화로 번역한 작업과, 실제 장소에서 촬영된 기념사진을 중첩해 구성한 작업이다. 서로 다른 출처에서 출발하지만, 두 작업 모두 흩어진 기억의 조각들을
화면에 엮어내며 하나의 서사를 만들어 낸다.
첫 번째 축은 SNS 플랫폼 ‘스레드(Threads)’에 남겨진 누군가의 고백에서 출발한 회화 연작이다. 작가는
스레드에서 수집한 익명의 기억의 조각을 회화의 재료로 삼아, 흐릿한 형상과 타인의 이야기가 얽혀 있는
감정의 잔상을 부유하게 만든다.

Myungjin Lee, Moonlight-Waterfalls, 2025, acrylic on linen, 194×70cm ©Art Center White Block
또 다른 축은 특정 장소에서 촬영된 사람들의 기념사진을 바탕으로 한 회화 작업으로 진행된다. 정방폭포를 배경으로 한 ‘Moonlight-Waterfalls’(2025) 연작은, 각기 다른 사진 속 인물을 하나씩 따로 옮겨와, 같은 장소에 포개지는
저마다의 시간을 드러낸다. 연작의 마지막 작업에서는 여러 사진을 중첩해, 반복된 순간들이 쌓이며 만들어낸 기억의 결을 보여준다.
《Moonlight》는 ‘비슷하지만
같지 않은’ 시간들을 달빛 아래에서 다시 떠오르게 한다. 소셜미디어
속의 단편적인 감정과 익명의 서사가 작가의 회화적 언어로 재구성되고, 타인과 나 사이의 거리, 공적인 공간과 사적인 기억의 경계가 서서히 흐려진다. 작가는 삶을
기록하는 행위 속에서 빛나는 개인의 순간들을 하나하나 길어 올리며, 관람자에게 조용히 묻는다. “우리는 지금, 누구의 달빛 아래에 서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