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로젝트
스페이스 사루비아는 강지윤의 개인전 《나머지와 남은 것들》을 6월 27일까지 개최한다.
무수한 이미지들로 가득한 오늘날 강지윤은 그 바깥에 머무는 것들, 그리고
아무 것도 보이지 않는 여백을 다시 바라보는 작업을 이어오고 있다. 여기서 ‘보기’는 핸드폰처럼 선명한 해상도를 가진 화면에서 즉각적으로 소비되는
이미지가 아닌 몸을 움직여야만 하거나 어떤 조건이 갖춰질 때, 그리고 오래 머물러야만 시야에 포착되는
감각들로 이루어진다.

전시 《나머지와 남은 것들》에서 관객은 빛 바랜 테라조 계단을 따라 내려간 전시장 입구, 벽 한편에서 일렁이는 장면들이 가장 먼저 시야에 들어오게 된다. 그리고
그 빛 속에는 읽을 수 없는 신호가 있다. 다시 몸을 돌려 전시장 가운데로 발길을 옮기려는 순간, 비행하는 새의 그림자가 비치는 블라인드가 시선을 멈춰 세운다.
전시 제목과 동명의 영상 작품 〈나머지와 남은 것들〉은 빛이 투과되는 천과 상이 뚜렷하게 맺히는 목재 스크린으로
이루어져 있다. 영상은 한때 이름조차 부여되지 않았던 ‘파란색’이 어떻게 시대의 상징이 되었는지 추적한다. 작가는 이어서 그 어떤
것도 파란색 자체의 속성이 되지 못한다는 말을 덧붙이며, 실체가 분명하다고 믿었던 것들과 믿어 의심치
않았던 것들조차 어떤 순간에 목격된 것일 뿐이라는 사실을 상기시킨다.

강지윤은 이처럼 이번 전시에서 ‘보았다고 믿는 것’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내며 우리가 보는 것 그리고 보지 못한 것 사이의 틈을 드러낸다. 작가는 공백을 보는 법, 볼 수 없다고 생각한 무언가가 생략된 자리, 있었던 흔적을 바라보는 경험을 공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