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드로잉룸은 2025년 올해의 신진 작가로 선정한 이산오 작가의 개인전 《변환깃》을 5월 17일까지 개최한다. 매해 한 명의 신진 작가를 선정하여 개인전을 지원하는
이 프로그램에서 이산오는 평면 회화와 도자 조각으로 자신의 작업 세계를 선보인다.
이산오(b.
1996)는 동양화와 도자를 기반으로 하여, 자신의 이야기를 매체에 구애받지 않고 자유롭게
풀어낸다. 조모의 별세에서 시작되는 이야기는 작가가 많은 것을 시작한
‘새’의 이미지와 결합하여 문학적이고도 영적인 작업으로 펼쳐진다.
매끈함의 착각을 불러일으키는 디지털과 극단에 있는
영적인 것에 대한 관심이 공존하는 현재, 동시대를 살아가는 작가가 보여주는 삶과 죽음, 중력과 무중력, 비상과 추락, 환상과
기형의 경계 사이에서 우리는 존재와 삶의 경로를 탐색한다.

작가는 전작들에서 삶과 죽음 사이를 이어주는 전령으로서의 새에 집중했다면, 이번
전시를 통해서는 새의 구조적 이미지에 더욱 주목한다. 이산오의 회화에서 보이는 색연필과 같은 건식재료의
파슬함, 조류의 비행 혹은 군무를 연상케 하는 궤적의 이미지, 유기체가
갖는 대칭의 모습은 작가의 작업이 새에 대한 생리학적 관심에서 기인하였음을 알아차리게 한다.

새의 삶에 있어 비행이란 존재 이유이자 삶을 살아가는 방식이다. 이러한 삶의
방식을 일시적으로 정지하는 것은 생의 에너지를 응축하고 있는 상태로도 볼 수 있다. 생의 주기 속에서
반드시 잠시간 멈추어야 하는 것이 비단, 조류에게만 해당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전시 《변환깃》을 통해 우리는 삶의 경로를 재탐색하는 시간을 가지며, 삶을 살아가는
데 있어 잠시 간의 멈춤이 오히려 삶의 시간을 지속하게 하는 것임을 알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