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eman Seo, Tour Guide, 2025, Oil, graphite, oil pastel on canvas, 180x150cm ©N/A

갤러리 N/A는 서제만 작가의 개인전 《Grand Detour》를 4월 20일까지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교양을 위한 여행이 아닌, 교양을 피해 떠난 작가의 여행 기록을 담고 있다. 유적과 명작을 ‘찍고’ 돌아오는 ‘그랜드 투어’ 대신, 그는 흐릿한 지도 위 무명 도시를 느슨히 배회하며 서울에서 잃었던 감각을 천천히 회복했다.

Jeman Seo, Stay Broken Forever, Tentennano, 2025, Oil, graphite on canvas, 60x50cm ©N/A

여행에서의 설명할 수 없는 기억은 선과 색으로 흩어져 캔버스 위를 떠돌고, 그림은 결국 그 불완전함을 표현하는 가장 솔직한 방법이 된다.

시야를 장악하는 그의 커다란 그림들 앞에서 우리는 ‘어떻게 읽을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앞세우기보다는, 우선 낯선 감각에 포위될 것이다. 그리고 선은 왜 이렇게 뻗어야 했는지, 색은 왜 이렇게 멍처럼 번져 있는지 등을 따지기에 앞서, 서제만의 회화적 촉수가 어디서 어떻게 미끄러졌는가를 헤아리게 될 것이다.

Jeman Seo, Small, Sick Murillo, 2025, Oil, graphite, oil pastel on canvas, 180x150cm ©N/A

화가에게든, 관람자에게든, 무언가를 그림을 통해 본다는 것은 우리가 무엇을 보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끝내 이해할 수 없는 것을 그 자체로 더 잘 직면하기 위한 문제인지도 모른다. 이탈리아로 우회하여 작업실에 돌아온 서제만은 손을 움직였고, 이번에는 관객이 그 움직임을 따라 우회한다. 이 전시로 가능한 경험 또한 ‘그랜드 디투어’, 그러니까, 우회의 과정을 위해 목적지가 설정된 여정이다.